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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열연시장, 일·중 저가 공세에 ‘가격 빗장’

무역위, 9개사 가격 약속 수락… 미참여 업체엔 33% 관세

10조 원 규모의 국내 열연 시장을 잠식하던 일본과 중국산 저가 제품의 파상공세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단순한 관세 장벽을 세우는 대신 수출자가 스스로 가격을 올리는 정교한 통상 카드를 선택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고사 위기를 막으면서도 자동차와 조선 등 후방 산업의 원가 부담과 외교적 마찰을 동시에 고려한 포석이다.
10조 열연시장, 일·중 저가 공세에 ‘가격 빗장’ - 산업종합저널 소재
생성형 AI 이미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3일 제470차 회의를 열고 일본 및 중국산 탄소강과 합금강 열연제품에 대한 무역구제조치를 최종 의결했다. 현대제철이 2024년 12월 덤핑 조사를 신청한 지 1년여 만에 도출된 결론이다. 해당 조치는 일·중산 제품의 저가 공세가 국내 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판단에 근거했다.

무역위원회가 내놓은 해당 결정의 핵심은 가격약속 제도의 수용이다. 일본 JFE 등 3개사와 중국 바오산 등 6개사가 제안한 가격 인상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이들 9개사는 지난 3년간 국내 열연 수입량의 81%를 점유해온 핵심 공급처들이다. 이들은 향후 5년간 정부가 제시한 최저 수출가격을 준수해야 하며, 분기별로 가격을 조정해 이행 보고를 해야 하는 자발적 족쇄를 차게 됐다.

가격약속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에게는 강력한 징벌적 관세가 예고됐다. 무역위원회는 일본산에 31.58~33.43%, 중국산에 28.16~33.10%의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재정경제부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약속을 어기는 업체 역시 즉시 해당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시장이 기대하는 경제적 효과는 명확하다. 수입산의 저가 공세가 차단되면 국내 열연제품 시장가격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할 전망이다. 무역위원회는 국산 제품의 출하량이 100만 톤 이상 증가하고, 시장점유율은 8.9%p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고로사들이 수익성을 회복하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산업 전반의 공급망 안정도 꾀했다. 열연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기초 소재다. 무차별적인 고율 관세는 자칫 수요 업계의 원가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가격약속은 완만한 가격 조정을 통해 하방 산업의 충격을 줄이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 국내 생산이 없는 공구강 등 일부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점도 수급 안정을 우선시한 결과다.

결국 해당 조치는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마찰이라는 뇌관을 피하면서 실리를 챙긴 승부수다. 경직된 관세 부과 대신 수출자의 자발적 합의를 끌어냄으로써 한·중·일 간의 호혜적 교역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덤핑의 파고를 막기 위해 세워진 가격 빗장이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복원하는 견고한 방파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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