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 성장 역동성이 저하되며 정부 지원 방식을 보조금 지급에서 기업별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원스톱 진단 및 맞춤형 연계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김민호 선임연구위원은 24일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 재구축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고성장 기업의 비중이 지난 15년간 크게 줄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KDI 분석에 따르면, 과거 100개 기업 중 15개 안팎이었던 고성장 기업 비중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창업 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해야 할 ‘업력 8~19년’ 사이 중기 기업의 고성장 비중은 2010년대 약 15%에서 최근 7.8%까지 떨어지며 성장 정체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성장 기업은 전체 기업의 약 12~13%에 불과하지만, 국가 전체 매출 성장의 약 50%, 일자리 성장의 38%를 담당하는 경제의 핵심 엔진이다. 이들의 활동 저하는 곧 산업 생산성 약화와 경제 성장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고성장을 이끄는 요인은 업종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제조업의 경우 인공지능(AI) 활용, 수출 집중도, 특허권 보유, R&D 투자 등이 고성장 확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에서는 디자인권·상표권 등 브랜드 역량과 고객 경험 관련 무형자산 투자가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현재 정부 지원은 대부분 R&D 보조금 지급에 치우쳐 있어 기업별 다양한 성장 병목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돈을 주는 방식보다는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정책 대안으로 원스톱 진단 기반의 정책조합 신속집행 체계를 제안했다. 기업이 여러 부처의 사업을 직접 찾아다니는 대신, 정부가 기업의 특성과 조직 역량을 정밀 진단해 R&D, 인력, 마케팅, 수출 지원 등 최적의 정책 수단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시급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기업을 위해 패스트 트랙 운영과 적극적인 민간 역량 활용 방안도 제시됐다. 지원 기업 수 등 외형적 지표 대신 매출 성장률, 고용 증가, 수출·투자 확대 등 실질적인 성장 지표(KPI)로 사업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성과관리 체계의 재구축 필요성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원스톱 체계의 총괄 허브 역할을 맡고, 재정 당국이 부처 간 중복 조정 및 성과 기반 예산 배분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정책 지원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