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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꺼져가는 한국 기업… ‘R&D 보조금’ 낡은 틀 깨야 스케일업 산다

KDI, ‘진단-처방’ 연계한 원스톱 지원체계 제언… 실질 지표 중심 성과 관리 강조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본격적인 확장기에 접어들어야 할 ‘허리급’ 기업들의 활력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 저하 우려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KDI는 최근 분석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스케일업(Scale-up)’ 지원 체계의 전면적 개편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단순한 자금 수혈을 넘어 기업의 성장 경로를 함께 설계하는 ‘동행형 지원’으로의 전환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엔진 꺼져가는 한국 기업… ‘R&D 보조금’ 낡은 틀 깨야 스케일업 산다 - 산업종합저널 FA
김민호 위원(e-브리핑 영상 이미지)

업력 8~19년 ‘중기’ 구간의 침체… 고성장 비중 15%에서 7.8%로 추락
김민호 KDI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의 역동성이 눈에 띄게 저하됐음을 수치로 입증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업력 8~19년 사이의 기업군이다. 시장에서 경험을 쌓고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워야 할 해당 구간의 고성장 기업 비중은 2010년대 초반 15%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7.8%까지 떨어졌다. 기대하던 성장 엔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뼈아픈 지표다.

역성장 기업 40% 돌파… 13%의 고성장 기업이 경제 지탱하는 구조
기업 생태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해 실질적인 활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연간 매출 성장률이 0% 미만인 역성장 기업 비중은 최근 40%를 넘어섰으며, 이는 기업 두 곳 중 한 곳 가까이가 덩치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전체의 12~13%에 불과한 고성장 기업은 매출 증가분의 절반과 고용 성장의 38%를 책임지며 고군분투 중이다. 소수의 엔진에만 의존하는 아슬아슬한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와 정책 당국의 기민한 대처가 요구된다.

“의사의 처방은 R&D 한 가지뿐”… 단선적 지원의 한계 지적
KDI는 현행 스케일업 지원 사업이 R&D 보조금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을 정조준했다. 제조업은 AI 활용과 수출이, 서비스업은 브랜드 경쟁력이 성장을 좌우하는 등 기업마다 성장 경로가 판이함에도 정부의 지원 수단은 천편일률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이 병목 현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R&D라는 약 한 가지만 처방하는 상황과 같다며, 정책 수단의 다양성과 정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스톱 진단’과 패스트 트랙 도입… 성과 평가는 실질 지표로
대안으로 제시된 핵심 전략은 ‘원스톱 진단 기반의 정책 조합’이다. 기업이 수천 개의 사업을 직접 찾아다니는 탐색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단일 플랫폼에서 기업 역량을 정밀 진단하고 R&D·인력·마케팅·수출 등을 최적의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체계다.

특히 수출 인증처럼 즉각적인 해결이 필요한 과제는 ‘패스트 트랙’을 통해 민간 서비스와 연계해 해결 속도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지원 기업 수와 같은 투입 지표 대신 매출, 고용, 수출 증가 등 실질적인 성장 지표를 KPI로 삼아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성장하기가 어려워진 시대에는 정책의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느끼는 가시 같은 병목을 정부가 함께 뽑아주는 ‘관계형 스케일업 정책’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우리 경제의 식어가는 엔진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은철 기자 기자 프로필
허은철 기자
echheo@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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