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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90% 국산화의 역설, 승부처는 ‘탄소복합재 인증’으로”

세계 3위 기술력, 적용은 아직 무인기 일부… 정부, R&D에서 수요 연계·인증 데이터 중심 정책전환

한국 방산물자 국산화율은 90%에 육박한다는 평가지만, 뼈대가 되는 첨단 소재 단으로 내려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2022년 세계 세 번째로 고성능 탄소섬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양산체제 구축에 나섰지만, 정작 무기 체계 적용은 무인기 일부 구조물에 머물러 있다. 기술은 확보했지만 까다로운 인증과 보수적인 수요 구조에 막혀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이른바 '소재 패러독스'에 빠진 상태다.
“방산 90% 국산화의 역설, 승부처는 ‘탄소복합재 인증’으로”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조성경 산업통상부 섬유탄소나노과장

산업통상부는 14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국방첨단 복합소재 공급망 내재화 전략 세미나'에서 탄소복합재 국산화 정책의 무게중심을 연구개발(R&D)에서 수요 창출과 인증 체계 구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성경 산업통상부 섬유탄소나노과장은 중동 사태로 인한 석유화학 공급망 차질을 언급하며 소재 자립의 시급성을 진단했다. 조성경 과장은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수급 체계 유지는 비용을 수반하더라도 반드시 감당해야 할 필수 투자라는 점을 산업계가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섬유와 탄소복합재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고 내열성 및 전자파 흡수 특성을 갖춰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2030년 글로벌 탄소소재 시장은 약 57조 원, 국내 시장은 1조9,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은 2011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해 연간 1만7,000톤 수준의 양산 체계를 갖췄다.
“방산 90% 국산화의 역설, 승부처는 ‘탄소복합재 인증’으로”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조성경 과장

문제는 방산 현장의 높은 진입 장벽이다. 소재가 부품과 중간재에 묻혀 국산화 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데다, 방산업체는 이미 검증을 마친 해외 소재를 선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방산용 인증 기준을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산업통상부는 초고강도·고탄성 탄소섬유 개발과 극한 환경 대응을 위한 응용 기술 확보에 나선다. 또 방위사업청과 협력해 드론·무인기 등 신규 무기체계 기획 단계부터 국산 탄소소재를 우선 적용·시험하는 절차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민·관 협업을 통한 인증 체계 조성이다. 군에서 검증한 소재가 민간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기업이 인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양산 설비에 투자하면 정부가 인증 비용을 분담하고 패스트트랙을 지원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원소재부터 중간재, 부품, 방산기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단기 인증과 공급, 투자로 이어지는 첨단소재 클러스터 조성도 추진한다.

조성경 과장은 "공급망 안보의 핵심은 국가가 리스크를 사고, 기업은 혁신을 파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탄소복합재가 지속 가능한 방산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수출 호황의 이면에는 '핵심 소재 해외 의존'이라는 취약점이 존재한다. 무기 체계의 경쟁력이 점차 조립 기술에서 소재 제어 능력으로 이동하는 만큼, 탄소복합재 인증 데이터 축적과 수요 연계는 한국 방산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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