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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롤투롤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양산 딜레마 풀 실마리

정의혁 교수팀, 공정 오차 견디는 비정질 소재 개발… 실리콘 상용 모듈 효율에 근접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롤러 사이로 얇은 필름이 쏟아져 나온다. 신문을 찍어내듯 태양전지를 만드는 롤투롤(Roll-to-Roll·R2R) 공정은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한 축으로 꼽힌다. 하지만 코팅 두께나 공정 속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효율이 요동치는 예민한 특성이 대량 생산의 발목을 잡아 왔다. 국내 연구진이 공정 조건이 바뀌어도 고효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 상용화의 큰 걸림돌 하나를 치웠다.

정의혁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교수와 전남중·이재민 한국화학연구원(KRICT) 책임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공정 속도와 코팅 두께 변화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비정질 계면 패시베이션(Passivation) 소재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패시베이션은 태양전지 표면 결함을 줄여 빛으로 만든 전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막을 씌우는 핵심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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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질 계면 소재를 활용한 넓은 공정 허용범위를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 구현

10배 농도 차이에도 효율 유지… 공정 허용범위 크게 넓혀
연구팀은 분자들이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형성하지 않도록 설계한 비정질 특성 소재 ‘I-4PACz’를 앞세웠다. 기존 패시베이션 소재는 코팅 농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전하 이동을 방해해 효율이 급감하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 개발한 소재는 농도를 10배 수준으로 높여 실험했을 때도 거의 일정한 광전변환효율을 유지했다.

공정 유연성 확보는 곧 양산 가능성과 직결된다. 연구팀은 기판 위에 박막을 만드는 블레이드 코팅(Blade Coating) 속도를 달리한 환경에서도 태양전지 모듈 효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대면적 연속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오차를 소재·공정 기술로 흡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면적에서 21.2%…실리콘 상용 모듈 턱밑까지 추격
기술적 완성도는 수치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24.5㎠ 크기의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에서 21.2%의 광전변환효율을 달성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실리콘 태양전지 상용 모듈 효율이 21~22%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페로브스카이트가 실험실 성능을 넘어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볍고 유연한 페로브스카이트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이나 차량 부착형 전원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그동안은 대면적 제작 시 성능 편차가 상용화의 주요 걸림돌이었지만, 연구팀은 비대칭 아이오딘(Iodine) 치환기를 도입한 분자 설계로 공정 안정성과 재현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실험실 기술에서 산업 공정으로… 정밀 계면 설계 전략 제시
정의혁 교수는 “실제 산업 공정에서 요구하는 공정 안정성과 재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롤투롤 기반 연속 공정과 대면적 제조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NRF)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태양전지 평가 기준이 단순 ‘고효율’에서 ‘양산 안정성’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연구팀이 제시한 비정질 분자 설계 기반 계면 제어 전략은 페로브스카이트를 넘어 다양한 유기전자소자와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에도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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