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의 경쟁 무대가 축구장을 넘어 제조·물류 현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6 국제로보컵’에서는 국내 대학팀이 참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챌린지가 처음 열려, 로봇의 외형보다 실제 과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실증형 경연이 진행된다.
세계 최대 로봇 기술 경연대회인 ‘2026 국제로보컵(RoboCup 2026)’이 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해 5일까지 열린다. 산업통상부 김성열 산업성장실장은 개막식에 참석해 국내외 참가팀을 격려하고,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학·대학원생들과 로봇 미래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인천광역시와 국제로보컵연맹이 주최하고 산업부가 후원하는 올해 대회는 29회째로, 전 세계 45개국에서 약 3천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전통적인 로봇 축구 경기뿐 아니라 재난 구조, 홈 서비스, 제조 공정 등 다양한 과업을 해결하는 로봇 기술 대결이 함께 열린다.
행사 기간에는 국내 대학팀 간 ‘휴머노이드 로봇 챌린지’가 처음 개최된다. 국내외 40여 개 로봇 제조·부품 기업이 참여하는 제품 전시관과 로봇 기술 국제 심포지엄도 운영된다. 산업부는 이번 대회를 제조AI 대전환, 이른바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전략을 뒷받침할 로봇 인재 확보의 계기로 보고 있다.
제조·물류 과업으로 평가 범위 확대
올해 처음 선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챌린지는 국내 대학 12개 팀이 제조·물류 환경을 모사한 과업을 수행하는 대회다. 참가 로봇은 부품 선별, 부품 운반, 순차 조립, 휠 장착·체결 등 4개 공정 미션을 제한 시간 30분 안에 수행해야 한다.
미션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작업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로봇은 지정된 부품을 인식해 트레이에 적재하고, 컨베이어 벨트 위의 박스를 집어 지정된 테이블로 옮긴다. 링 위에 볼트를 순차적으로 삽입하거나, 타이어를 양손으로 잡아 홀에 끼운 뒤 전동드릴로 볼트를 체결하는 작업도 포함됐다.
참가 로봇은 인간형 형태를 갖춰야 한다. 다만 이족보행뿐 아니라 휠 기반 이동, 고정형 형태도 허용된다. 높이는 120~190㎝, 무게는 140㎏ 이하로 제한했다. 단순히 사람과 닮은 로봇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물류 환경에서 복합 작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휴머노이드 전문 인력 양성
산업부는 개막식에 앞서 국내 대학·대학원생들과 간담회를 열고 로봇 미래 인재 양성과 연구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 학생들은 연구 기반 확충과 산학 협력 R&D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산업부는 이에 맞춰 전문 인력 양성, 공동 연구, 국제 학술 교류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올해 하반기 ‘휴머노이드 특성화 대학원’을 처음 신설한다. 석·박사급 전문 인력을 집중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대학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다.
선정 대학에는 연구 장비와 교육환경 구축, 교육과정 개발·운영, 기업 연계 산학 프로젝트 비용 등이 지원된다. 지원 규모는 연간 30억 원 안팎이며, 기간은 최대 5년이다.
경진대회 성과, 국책 R&D와 연계
대학과 기업 간 공동 R&D 및 실증 기회도 확대한다. 산업부는 매년 휴머노이드 로봇 챌린지와 같은 기술경진 대회를 열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학에는 로봇 분야 국책 R&D 및 실증 과제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학 연구 성과가 기업과의 공동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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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로봇 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 ICRA(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에 대한 지원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국내 학계와 산업계가 ICRA를 계기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R&D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성열 산업성장실장은 로보컵에 대해 전 세계 로봇 인재들이 기술 경쟁을 펼치는 자리라고 평가하며, 청년 인재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정책에 반영해 전문 인력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가 제조 현장에 안착하려면 반복 작업의 정밀도, 작업 속도, 안전성, 비용 효율성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이번 챌린지는 로봇 산업의 경쟁 기준이 외형의 유사성보다 복잡한 현장 과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는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