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해 낙찰 가능성을 높이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산림사업자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실사업자로 지목된 10곳이며, 이들이 동원한 유령업체는 41곳에 달한다. 국세청이 파악한 전체 탈루 혐의금액은 약 700억 원이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3일 브리핑에서 유령업체를 동원한 부정입찰은 형사·행정상 제재와 별개로 세무상 위법·탈루행위를 철저히 검증해야 근절할 수 있다며 조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국세청은 조달청 산불 피해 복구사업 입찰공고를 토대로 최근 6년간 참여 업체 5,331곳을 추출한 뒤, 낙찰금액 합계가 10억 원 이상인 138곳의 거래 내역을 분석했다. 그 결과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와 가공원가 계상 등 탈루 혐의가 포착된 사업자 10곳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조사 대상 사업자들은 유령업체를 앞세워 산불 피해 복구사업 입찰에 6,500여 회 참여하고, 260여 건, 약 230억 원 규모의 사업을 낙찰받은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했다.
지역 중소업체 보호를 위해 마련된 지역제한 입찰제도를 우회하려 사업장을 반복해서 옮긴 정황도 확인됐다. 한 업체는 5년 동안 사업장을 16차례 이전했다.
다만 국세청은 사업장을 여러 차례 이전한 사실 자체가 세법상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성글 조사국장은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사업장 이전 횟수 자체를 조사대상 선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니라며, 유령업체를 동원해 여러 지역의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사업장 이전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거짓 세금계산서·가공원가 집중 점검
국세청이 제시한 주요 혐의는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불법비용 계상, 가공원가 처리 등이다.
일부 사업자는 공공입찰에 필요한 사업실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실제 용역 거래가 없는 유령업체끼리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낙찰받은 업체와 실제 공사를 수행한 사업자를 다르게 두고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해 소득을 여러 법인으로 분산한 정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산림사업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실제로 고용하지 않고 자격증만 빌린 뒤 대여료를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비용 처리한 사례도 점검 대상이다.
실제로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잡비’나 ‘기타 비용’으로 계상하거나, 일용근로자의 근무지와 근무기간을 여러 유령업체에 중복 기재해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가공원가를 부풀린 혐의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탈루 혐의금액이 약 700억 원으로 낙찰금액 230억 원보다 큰 이유에 대해, 여러 유령업체와 관계 법인이 실체 없는 거래를 만들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실제 거래에서 복수의 세무상 혐의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강원 사례 공개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경북 일대에서 산림사업을 한 한 사업자는 업체 6곳을 동원해 사업장을 전국으로 옮겨가며 산불 피해 복구공사 입찰에 약 300회 참여하고 약 20건을 낙찰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가 사업실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서로 수억 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사주의 배우자 등 명의상 대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법인자금 약 10억 원을 유출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산림경영기술자격 보유자에게 자격증 대여 대가를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고, 일용근로자의 근무지와 근로기간을 여러 업체에 중복 기재하는 방식으로 약 10억 원의 가공원가를 계상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강원 일대에서 산림사업을 한 다른 사업자는 업체 6곳을 동원해 약 200차례 입찰에 참여하고 약 20건을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가 사업실적을 만들기 위해 약 20억 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일용근로자 지급명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약 30억 원의 가공원가를 계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자는 법인 신용카드로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등 수억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배우자가 약 2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도 확인돼 국세청은 자금 출처까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자금 흐름까지 검증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장부와 전산자료 일시보관, 계좌조회 등을 통해 실제 거래와 자금 흐름을 확인할 계획이다. 법인자금이 사주 일가로 빠져나가 재산 형성에 사용된 정황이 나오면 관련자의 자금 출처까지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죄 혐의가 확인되고 조세범 처벌법상 요건을 충족하면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국세청은 산불 피해 복구사업에 피해목 벌채와 숲 가꾸기 등 산림 복구사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형 산불 피해지역의 복구사업도 분석 대상 입찰에 포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