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에서 간호사 비중이 높을수록 입소자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건강보험 진료비가 줄어든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숙련 간호인력 확보에 드는 비용만 따질 것이 아니라 병원 이용 감소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 절감 효과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제언이다.

권정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e브리핑 영상)
권정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3일 발표한 KDI 포커스 ‘노인요양시설의 숙련 간호인력 확충 효과와 정책 방향’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에 따르면 요양시설의 간호인력 가운데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질 때 입소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7.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간호사 비중 높을수록 의료 이용 감소…요로감염·욕창에서 효과
연구는 2016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입소자가 있어 운영 중인 것으로 판단된 전국 요양시설 289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입소자의 장기요양보험 청구 내역과 건강보험 진료명세서 자료를 연계해 개인별 월간 의료서비스 이용을 분석했다.
연구에서 숙련 간호인력 비율은 시설 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합한 인력 가운데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분석 결과 간호사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질 때 입소자의 총내원일수는 0.33%, 입원일수는 0.4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건강보험 진료비 감소율은 7.7%로 나타났다.
권 연구위원은 “요양시설에서 숙련 간호사 비율이 10%p 더 높은 시설에서 건강보험 진료비가 7.7%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된 결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는 간호사의 전문적인 관리가 중요한 요로감염과 욕창에서 확인됐다. 반면 암 등 간호인력의 전문성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질환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KDI는 요양시설의 간호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입소자의 건강 관리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이용과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 뒤 간호사 비중 4.25%p 하락…인력 구성 변화
연구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비용 변화를 활용해 간호인력 구성과 입소자의 의료서비스 이용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요양시설에서는 간호사 고용이 감소하고 간호조무사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중은 4.2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KDI는 인력 배치 기준과 장기요양 수가가 정해진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시설이 간호인력의 전체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인력 구성을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않고 인력 수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현행 배치 기준이 숙련 인력 확보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KDI는 간호사 비중을 반영하도록 인력 배치 기준을 개선하고, 고용 비용 변화에 맞춰 장기요양 수가와 가산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설이 숙련 간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건비 늘어도 의료비 줄 수 있어”…두 보험 재정 함께 평가해야
KDI가 주목한 또 다른 문제는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의 재정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요양시설 입소자는 일상생활 지원뿐 아니라 지속적인 건강 관리와 의료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시설 안에서 적절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외부 의료기관 이용이 늘거나 장기간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호사 확보를 위해 임금을 높이면 장기요양보험의 지출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전문적인 간호서비스로 불필요한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들면 건강보험 지출은 감소할 수 있다.
두 보험의 재정을 따로 평가하면 장기요양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만 부각되고 건강보험에서 발생하는 의료비 절감 효과는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의 지적이다.
권 연구위원은 “장기요양시설에서 더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고용하려면 그만큼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비용을 통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인력 확충에 따른 전체 재정 효과를 판단하려면 추가 인건비와 장기요양 지출, 의료비 감소 규모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연구위원은 의료·요양 통합 논의가 주로 지역사회와 재가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요양시설에 있어서도 그런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