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최초 620나노미터급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인쇄, 8K QLED TV보다 50배 이상 높은 해상도 구현에 성공했다.
최근 TV와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초고해상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 ‘가상현실’은 더 높은 수준의 영상 화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3D프린팅 기법을 이용해 압도적인 해상도를 자랑하는 ‘나노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SCI 논문에 게재되는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 나노융합연구센터 표재연·설승권 박사팀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나노미터급 화소를 갖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수 있는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KERI의 성과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인쇄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퀀텀닷은 빛이나 전기 자극을 받으면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생시킬 수 있는 나노입자로, 색 순도와 안정성이 높아 TV,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용 발광재료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KERI 3D프린팅 풀컬러(적색, 녹색, 청색) 퀀텀닷 잉크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공법에서는 퀀텀닷을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화소(픽셀, Pixel)를 제작하고 있다. 흔히 해상도가 높다는 말은 한 화면 안에 화소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소가 고밀도로 많이 모여 있으면 그만큼 영상이나 사진이 정밀하다는 뜻이고 더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를 위해 많은 업체들이 화소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화소의 크기를 줄여 해상도를 높이려고 하지만 줄어진 크기만큼 발생하는 빛의 밝기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TV나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제품에서의 초고화질 경쟁이 대세인 가운데, 화소의 크기를 더욱 줄여 높은 선명도를 확보하는 것이 치열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관건이 된 것이다.
KERI 연구팀은 화소를 얇은 막이 아닌 3차원 구조로 제작하면 높은 해상도에도 필요한 밝기의 빛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독자적인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폭 620나노미터, 높이 1만 나노미터 수준의 화소를 제작했다. 기존 2차원이 아닌 3차원 구조의 화소 제작을 통해 빛의 밝기 제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얇은 막 대비 2배 이상의 밝기를 풀컬러(적색, 녹색, 청색)로 구현할 수 있었다.
해상도의 지표인 ‘PPI(Pixels Per Inch, 1인치당 화소의 개수)’로 비교하면 KERI의 기술은 5,600PPI 수준의 3원색 컬러 화소를 시현해, 기존 8K QLED TV(100PPI), 노트북(200PPI), 스마트폰(800PPI)의 수준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것은 물론, 현재 상용기술의 한계수준인 1,000PPI 보다도 5배 이상 높은 해상도를 보여줬다. 초고해상도를 필요로 하는 가상현실 관련기술(VR, AR), 빔프로젝터 등 미래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개발한 3D프린팅 기술을 응용하면 ▲초고밀도 데이터 저장매체 ▲3차원 구조 초고해상도 암호 패턴을 이용한 위조방지 기술 ▲카메라 센서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KERI의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술은 유연 기판재료인 폴리이미드(Polyimide) 및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에도 직접 인쇄가 가능해 웨어러블(Wearable) 및 롤러블(Rollable) 장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가지고 있다.
기술개발자인 표재연 박사는 “3D프린팅 기술을 디스플레이 산업에 적용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히며 “흔히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3D프린팅 연구와는 달리, KERI의 기술은 3D프린팅 소재부터 원천기술 및 장비까지 ‘통합 솔루션’을 개발한 완전한 기술독립의 실현이다”고 밝혔다.
한편 KERI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행하는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급 SCI 학술지인 ‘ACS Nano’에 게재됐다(7.31/제1저자 배종천 석사과정, 교신저자 표재연 박사, 과제책임자 설승권 박사). 논문의 수준을 평가하는 ‘Impact Factor’는 14.588로, 전체 SCI 학술지 중 상위 1.625%에 속한다.
연구팀은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기술에 관심 있는 수요업체를 발굴해 3D프린팅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전기재료연구본부 나노융합연구센터 3D프린팅 기술 연구개발팀(왼쪽부터 배종천 석사과정, 표재연 박사, 설승권 박사)
연구한 기술은 어떤 기술인가?
▲3D프린팅 기술은 흔히 시제품 제작, 공정단순화 등을 목적으로 3차원 형상을 인쇄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KERI에서는 이를 넘어 인쇄된 구조물이 단순 형상뿐만 아니라 특수한 기능을 갖도록 하는 스마트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었다. 전자회로, 전기도금 등 최근 5년간 전기·전자기술 다방면에서 한국의 첨단 3D프린팅 기술을 주도해왔다. 이번 기술은 전기통전을 넘어서, 새로운 응용분야인 디스플레이를 응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나노미터급 초정밀 화소를 제작하는 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해, 디스플레이 응용에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시초가 될 만한 기술이다.
어떤 계기로 연구를 시작했나
▲3D프린팅을 이용한 광소자 연구는 박사학위 과정부터 꾸준히 연구해오던 분야다. 2017년부터 KERI에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 분야로 응용 연구를 시작했다. 이는 국내유일 전기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ERI의 미션에 부합하는 연구 분야로 첨단 전기·전자기기인 디스플레이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성과가 기존 기술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기술적으로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이란 빛이나 전기 자극을 받으면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생시킬 수 있는 나노입자를 말한다. 퀀텀닷은 색 순도와 안정성이 높아서 디스플레이용 발광재료로 활발히 연구돼 왔다. 최근 들어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TV, 모니터 등 첨단 기기에서 퀀텀닷을 활용한 패널 기술들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기존의 디스플레이 제조공법에서는 퀀텀닷을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화소를 제작했다. 이때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화소의 면적을 줄이게 되면, 발생하는 빛의 밝기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화소를 얇은 막이 아닌 3차원 기둥 구조로 제작하게 되면 높은 해상도에서도 필요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독자적인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폭 620나노미터 수준의 화소를 1만 나노미터 높이로 제작해 빛의 밝기가 얇은 막 대비 2배 이상 향상됨을 보일 수 있었다.
이번 연구성과가 가지는 의의는
▲세계 최초로 나노미터급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법들로는 나노미터급으로 작은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제작할 수 없었다. 특히 3D프린팅 방식이기 때문에 폴리이미드, PET 등 유연기판에 화소를 제작해 웨어러블/롤러블 장치에도 응용이 가능한 첨단 기술이다. 3D프린팅 기술을 디스플레이 산업에 적용한 상용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며, 확보된 원천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조기 상용화 및 국가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KERI의 기술은 3D프린팅 소재부터 원천기술 및 장비까지 ‘통합 솔루션’을 개발한 완전한 기술독립의 실현이라는 점이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해당 기술이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나
▲이번에 개발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의 화소밀도(5600PPI)는, 현재까지 출시된 최고사양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보다 7배가량 높다. 아주 높은 해상도는 VR, AR 등 첨단기기에서의 멀미 현상을 줄여줄 수 있고, micro projector 등에 활용돼 초고해상도 빔프로젝터로 출시될 수 있다. 또한, 위조방지 기술에 활용되면 복사가 불가능한 3차원 구조의 초고해상도 암호패턴도 될 수 있다. 논문을 통해 시현된 해상도는 5,600PPI 이지만, 화소 간 인쇄 간격을 더욱 줄이면 12,000PPI 까지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반대로, 큰 노즐을 이용하면 상용제품 수준인 300PPI도 대응이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기술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이 어떤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 백라이트 기반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대부분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초고해상도를 필요로 하는 디스플레이인 VR, AR, 빔프로젝터 등이 유력하다. CD, DVD 등에서 빛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과 같이 초고밀도 데이터저장매체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산업으로는 암호화 및 복제방지, 카메라 센서, 생명공학 등에 활용 가능하다.
국내 및 해외 연구 동향은
▲국내는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연구는 거의 없다. 세계적으로는 미네소타 대학의 ‘McAlpine’ 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디스플레이 기술의 연구개발은 아직까지 2차원 공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의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이번 연구는 디스플레이 장치에 활용되는 컬러필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외부 광을 퀀텀닷으로 변환해서 색을 내는 삼성의 QLED TV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하는 분야로 퀀텀닷 LED를 이용한 자체 전계발광 기술이 있다. 우리 팀도 전기를 활용한 자체발광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다.
향후 계획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에 기술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초고해상 디스플레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관심이 있는 수요업체를 발굴해 3D프린팅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저작권자(c)산업종합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