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광학 현상에 대한 관찰이 가능한 나노광학 안테나가 국내 기술진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항공대’) 노준석 교수팀이 원자수준 해상도의 나노안테나 및 이를 제작하기 위한 나노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존하는 나노공정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성과로써 극한 나노광학 및 나노생산 기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재료공학 분야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투데이’ (Materials Today, IF=26.416)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고, 나노생산 분야 학술지인 '마이크로 시스템즈 & 나노엔지닝어링‘ (Microsytems and Nanoengineering, IF=5.616)에 오는 21일 게재 예정이다.
새로운 광학 현상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10nm 미만의 크기의 구조를 정교하게 제작하고 배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비전통적 나노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전자와 이온의 물리적인 회절 문제로 인해, 10nm 이하의 나노구조를 정교하고 날카롭게 제작・가공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난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일반 기계가공에서 공구의 크기가 제작물의 크기를 제한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미노’ 놀이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방식의 ‘연속 도미노 리소그래피’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기존 전자빔 리소그래피에서 제약받는 해상도를 원자수준으로 뾰족하게 만들어 나비넥타이(bowtie) 형태의 나노안테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속 도미노 리소그래피 공정 및 이를 통해 제작된 원자수준으로 뾰족한 나노안테나. 그리고 이를 통해 구현된 초고민감도 나노센서
일반적인 나노구조 제작에 사용되는 전자빔 리소그래피 기술을 기반으로, 도미노에서 일어나는 구조의 쓰러짐 현상을 포토레지스트 구조에 의도적으로 접목시켜, 쓰러진 구조의 선과 선이 만나는 곳의 이상적인 뾰족한 부분을 활용, 1nm 이하의 곡률을 갖는 뾰족한 나노구조를 제작한 것이다.
이 나노안테나는 1nm 이하의 곡률을 갖는 것과 동시에 5nm 정도의 나노갭(nanogap) 공간을 갖고 있으며, 이 미세 공간상의 빛은 5만 배 이상의 세기를 가지며 극한으로 집속(태양표면 에너지 밀도의 100만 배에 해당)된다.
이렇게 강하게 집속되는 빛을 바탕으로 단분자 수준을 검출할 수 있는 초고민감도 바이오센서를 실험적으로 구현했고, 현재는 양자광학적 특성인 양자 플라즈모닉스 및 강한 결합 현상 등을 관찰할 수 있는 극한 나노 및 양자광학 플랫폼을 마련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극한 광 집속 나노안테나는 이러한 극한 나노광학 연구뿐 만 아니라, 현재 반도체 및 파운드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인 단일 나노미터 수준의 해상도를 갖는 나노리소그래피 기술, 그리고 양자 정보 기술을 위한 고효율 단일 광자 소스 등과 같은 새로운 나노공학 분야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한 광(光 )집속 나노안테나 및 도미노 리소그래피 모식도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과기정통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파동에너지극한제어 연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RLRC사업(자율형자동차부품소재 청색기술 선도연구센터), ERC사업(광기계기술 선도연구센터),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글로벌박사펠로우십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연구책임자가 UC Berkeley 박사과정 시절 전자빔 리소그래피를 이용해 나노 공정을 진행하던 중, 패터닝이 실패한 샘플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링 형태의 나노구조를 제작하기 위해 전자빔 노광을 진행한 후, 현상 과정을 거치면서 실수로 현상액에 오랜 시간 담가두었더니 포토레지스트 이중층 구조가 넘어지는 것을 관찰했고, 구조가 랜덤한 방향으로 넘어지면서 외벽에 기대었을 때 매우 뾰족한 공간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이 공정이라면, 이렇게 포토레지스트 구조가 넘어지게 되면 원하는 형상대로 패터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한 샘플로 여기고 바로 포토레지스트를 제거하는 것이 맞으나, 본 연구팀은 반대로 이러한 현상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나노공정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했는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통상적으로 ‘실패한’ 샘플을 관찰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왜 구조가 넘어지게 되는지 그리고 이 넘어지는 경향성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야만 했다. 이러한 궁금증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감과 동시에 ‘도미노’ 놀이에서 얻은 창의적인 영감을 바탕으로 매우 뾰족한 형태의 나노안테나를 구현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됐다. 그리고 실제 실험을 통해 나노안테나를 제작해보니, 매우 뾰족하면서 동시에 매우 미세한 수 나노미터 수준의 간극을 갖는 극한 형태의 나노구조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 이 구조에서 극한으로 집속되는 빛을 3D 전자기 시뮬레이션 및 고급 광학 측정 실험을 통해 하나 하나 검증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원자수준으로 작고 뾰족한 나노구조의 극한 광 특성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의 많은 나노광학 이론/실험 및 센서 분야의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력연구를 바탕으로 6여년의 긴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쓰러짐 제어 리소그래피(Controlled Collapse Lithography)’ 및 ‘연속 도미노 리소그래피(Cascade Domino Lithography)’ 기술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리소그래피 기술임과 동시에 이를 통해 제작된 나노안테나는 원자수준으로 작고 뾰족한 형태(1 nm 수준의 곡률 반경)를 갖고 있다. 피뢰침 효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빛은 뾰족한 나노구조 끝단에 모이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끝단이 뾰족한 나노구조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 나비넥타이 모양의 안테나는 빛을 태양표면 에너지 밀도의 100만 배에 해당하는 극한 세기를 갖도록 집속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강하게 집속되는 빛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시행한 엄밀한 3D 전자기 시뮬레이션, 수치해석, 근접장 광학 실험 및 초고민감도 표면증강 라만센서 실험들을 통해 10 nm 미만에서 일어나는 극한 광학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한 차원 더 확장할 수 있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재료공학 분야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투데이 (IF: 24.372, JCR 2% in Materials Science, Multidisciplinary)’와 나노공정 분야 학술지인 ‘마이크로시스템즈 & 나노엔지니어링 (IF: 5.616, JCR 5% in Instruments & Instrumentation)’에 연구 결과가 게재될 수 있었던 것이라 판단된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수 나노미터 또는 그 이하의 영역에서는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이 고전 광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양자 플라즈모닉스(quantum plasmonics), 광학 비국소성(nonlocality) 빛과 전자의 터널링(tunneling) 및 강한 커플링(strong coupling) 현상 등이 발생한다고 이론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본 연구팀은 개발한 극한 광 집속 나노 안테나를 바탕으로 실험적으로는 아직 잘 밝혀지지 않은 이 미지의 극한 광학 영역을 탐구하기 위한 나노광학 플랫폼을 구현하고자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단일 나노미터 수준의 해상도를 갖는 나노리소그래피 기술 및 양자 정보 기술을 위한 고효율 단일 광자 소스 등과 같은 새로운 나노공학 분야를 개척해나가고자 한다. 더 나아가서는, 본 연구에서 개발한 나노공정을 바탕으로, 현재 반도체 및 파운드리 산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인 한 자릿수 나노미터 구조 정밀 가공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범용 나노가공 기술을 개발 및 상용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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