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 곳곳에는 한 분야에 묵묵히 매진해 온 이들이 있다. 숙련가, 베테랑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노련함을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산업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본지는 이처럼 한 분야에 종사해 온 기술자들을 찾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2020년도 기계설계 분야 우수숙련기술자, (주)코스모스엔지니어링 손대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10대 때부터 걸어온 기계설계의 길…국제기능올림픽대회 금메달로 이어지다
코스모스엔지니어링 손대호 대표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 중학생 때부터 기계설계의 길을 걷기로 결심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기계제도과에 입학했다.
기술 습득에 큰 흥미를 느꼈던 손 대표는 가족과 은사의 전폭적인 지원, 꾸준한 훈련 아래 1988년 인천지방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기계제도 부문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1989년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바쁜 경합 일정 속에도 각고의 노력 끝에 영국 버밍햄에서 열린 제3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결실을 얻었다. 기계설계 직종에서 금메달 및 대회 MVP를 거머쥔 것이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이후에는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배운 자동차 설계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1997년, 자동차 설계·개발 전문회사 코스모스엔지니어링을 창립했다. IMF 시기에 일거리를 찾아 유럽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독보적인 설계·개발 기술은 더욱 돋보였다.
유색인종 차별, 한국에 대한 저조한 인식이 팽배했던 당시, 손 대표는 오로지 기술력만으로 르노, 피아트, 이탈디자인 등의 유럽 기업으로부터 다수의 자동차 설계 위탁을 받았고 한국의 유럽 진출 발판 마련에 일조했다.
“새로운 분야 개척과 국산화 노력 필요해”
손 대표는 30년 넘게 자동차 관련 제품의 설계, 개발, 디자인에 매진해오며 코스모스엔지니어링의 대표이자 소형 저속 전기차 개발 기업인 아트테크의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전문 분야에만 머무르기 보다,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7~8년 전부터는 자동차 외에도 휴대폰, 레이싱카, 요트, 저속 전기차 등의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손 대표의 관심은 ‘소형 저속 전기차’와 ‘제품 국산화’에 쏠려있다. 특히, 소형 저속 전기차의 경우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야로, 손 대표가 직접 설계 및 개발, 디자인까지 도맡는다. 산업용, 관광용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소형 저속 전기차의 가능성을 높게 사며 현재 향후 장애인의 이동과 치료를 위한 차량을 연구‧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처럼 기술력과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자국 기술력 불신 풍조’가 그중 하나였다. 20대 때부터 국산화를 위해 꾸준히 기술 개발, 연구에 매진했다는 그는 “‘해외 기술이 아닌 국내 기술로는 할 수 없다’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술력을 믿으며 스톡카(레이싱 경기용 차량)의 중요 부품인 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의 부품을 국내의 중소기업과 함께 직접 설계했다. 이후 안정성 및 성능 검증을 거쳐 결국 국산화를 이뤄냈다.
손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인생은 나이순이 아닌 노력순”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지역이나 연고를 따지지 않고 20년 넘게 기술 전수를 해왔다”는 그는 “앞으로도 몸소 배우고 익힌 기술을 숨김없이 가르치며 인력 양성에 임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손 대표는 ‘우수숙련기술자’ 타이틀을 넘어 기계설계 분야의 ‘대한민국명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도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힘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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