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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단지④] 문래동의 젊은 기술자 “개발 지원의 루트 알고 싶어”

산업 하향세지만 문래동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

뿌리산업의 기술력을 보유한 1천300여 개 소공인들이 집적돼 있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단지. 1960년대 소모성 부품들을 수급하기 위해 형성된 문래동 철공단지는 70~80년대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거나, 공장이었던 자리에 상권이 들어오면서 소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쇠락해가는 문래동 철공단지를 터전으로 삼은 소공인들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편 : 소공인들의 집합소 문래동 철공단지, 현주소는?
2편 : ‘아이디어·스타트업·펀딩’ 문래동에 낯선 이가 왔다
3편 : “문래동은 하나의 공장과 마찬가지”
4편 : 문래동의 젊은 기술자 “개발 지원의 루트 알고 싶어”

취재 : 고성현, 박소연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문래동 철공단지가 쇠퇴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산업의 고령화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소공인협회에 따르면, 현재 문래동의 60대 이상 고령층은 60% 이상, 50대 미만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철공단지의 고령화는 막을 수 없을지라도, 모두가 쇠퇴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기어·스플라인·금형·체인 가공 등 임가공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 CNC에는 문래동에서 찾아보기 힘든 30대 기술자가 문래동 철공인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문래동의 젊은 기술자 임윤섭 대리를 만나, 그의 시선으로 본 문래동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철공단지④] 문래동의 젊은 기술자 “개발 지원의 루트 알고 싶어” - 산업종합저널 동향
현대CNC 임윤섭 대리


산업 쇠퇴에도.. 문래동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현대 CNC는 현재 세 명의 직원이 운영 중이다. ​그 중 임 대리는 이 회사 박은석 대표의 사위이다. 문래동에 오기 전 다양한 직군에 종사했던 임 대리는 40·50대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장인어른이 문래동을 지키는 업계 종사자였기에, 임 대리는 자연스럽게 문래동에 첫발을 들였다.

문래동에서는 하나의 완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타 업체 기술자들의 협력과 소통이 필수다. 50·60대 기술자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젊은 임 대리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임 대리는 “젊은 사람들이 흔치 않기 때문에 대표님들이 아들처럼 생각하고 잘해주신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젊은 사람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문래동에서, 임 대리는 가능성과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임 대리는 “산업이 하향세이긴 하지만 없어질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외국산으로 처리할 수 없는 내수 수요가 있고, 이 분야에 인력 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일은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하나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후처리, 도금, 착색 등 여러 업체를 거쳐야 한다. 문래동은 업체들이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일 처리가 빠른 것이 장점”이라고 문래동의 가치를 강조했다.


[철공단지④] 문래동의 젊은 기술자 “개발 지원의 루트 알고 싶어” - 산업종합저널 동향
현대 CNC의 특허품 무소음 분쇄기 (사진=임윤섭 대리)


전체 소공인 대상 특화 정책 ‘없어’

문래동에서 희망을 품고 묵묵히 일에 정진하는 임 대리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현재 문래동이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은 현실이다. 최근 발생한 원자재 인상 이슈는 철공소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임 대리는 "철이 킬로그램(kg)당 천원까지 올랐고, 코로나 19의 영향도 크다"며 문래동 철공단지의 전반적인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소공인들이 매출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문래동 소공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문래동 기술자와 청년창업자들의 협업 프로그램과 같은 것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소공인 전체에 특화된 정책은 따로 마련된 것이 없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힌 임 대리는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일일이 정부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며 “개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루트를 알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문래동은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임 대리는 “현대 CNC는 소음과 분진이 나지 않는 분쇄기를 개발했다. 사이즈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이 가능하다”면서 “일하는 데 불편함을 개선하거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특허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싶다”며 문래동 기술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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