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오히려, 일과 여가의 경계가 없어지고, 항시적인 업무 환경이 조성됐다.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자 재택근무 등 원격으로 일하는 근로자도 늘었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 직장에서 오는 연락을 받지 않을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관련한 규제의 필요성이 증가, 법제화를 포함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해외에서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에서 노동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는 등 법제화를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6년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취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과잉 규제라는 지적에 무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경기도 노동자 3명 중 1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상습적으로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의 사생활 침해 등을 막기 위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점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11월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경기도에 거주하는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지켜져야 할 소중한 권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우선 응답자들은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얼마나 받느냐는 물음에 ▲매일 2.8% ▲일주일에 두 번 이상 9.2% ▲일주일에 한 번 22.2% ▲한 달에 한 번 37.0% ▲1년에 한 번 16.6% ▲받은 적 없음 12.2%로 답했다. 전체 87.8%가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전체 34.2%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퇴근 후 업무지시에 시달린 셈이다.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는 매체(중복응답)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개인 메신저 73.6% ▲전화 69.2% ▲문자 60.0% ▲전자우편 38.6% ▲사내 메신저 35.6% 등의 순이다.
매체별 사생활 침해 인식 정도를 보면 전화가 88.8%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으며, 개인 메신저도 82.6%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매체 중 사생활 침해 인식이 가장 적은 건 전자우편(54.0%)으로 조사됐다.
업무지시를 받았을 때 급한 업무의 경우 응답자 90.0%가 다음날 출근 이전까지 처리했으며, 급하지 않은 업무일 경우에도 응답자 40.6%가 업무처리를 수행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에게 상급자의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이유를 물으니 70.0%가 ‘외부기관과 상사 등의 갑작스러운 업무처리 요청’ 때문이라고 답했으나 20.1%는 ‘생각난 김에 지시’, 5.1%는 ‘시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4.2%는 ‘상대방이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해서’ 등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근절을 위한 해결책의 각각 찬성률을 보면 ‘연장근로수당 지급’ 91.8%(매우 찬성 66.2%), ‘안내문자 발송’ 85.4%(매우 찬성 40.0%), ‘금지법 제정’이 81.0%(매우 찬성 33.4%) 등의 순으로 나왔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연구원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점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근무시간 외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로, 2017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 등에서 노동법에 해당 권리를 명시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명시 등 조례 사례만 있을 뿐 관련 법률 규정은 없다.
연구원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단계적 접근방안으로 ▲거부감이 큰 메신저보다 업무지시 때 전자우편을 활용하는 문화 확산 ▲기업 실정에 맞춘 자율적 노사 협정을 체결하되 위반 시 인사조치를 비롯한 실질적 지침 ▲초과 노동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지급 ▲노동법 내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최훈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세대에게 SNS는 가상의 공간이라기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매우 사적인 영역이므로 업무와 관련한 연락은 전자우편과 사내 메신저를 활용하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단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동법에 명시해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업무 관행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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