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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통신가입 등 24개 승인과제, 샌드박스 없이 사업 가능

미완료 과제 83건…전문가들 “검증된 과제, 법제도 개선해야”

#1. 지난 2019년 7월 서울 사직동의 한 건물에서 시작된 공유주방 서비스. 기존에는 교차오염 등을 우려로 금지돼 특정 조건 내에서 시범사업으로만 가능했지만 이제 모든 기업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다. 지난 12월 개정 식품위생법이 시행되면서, 공유주방은 이제 강남, 광명, 부산 등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 200여 명 이상의 청년 창업자들이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2. 그동안 일부 기업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재작년 말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폐배터리의 지자체 반납의무가 폐지되면서, 기업들은 이를 캠핑용 파워팩이나 전기차 충전용 ESS로 재탄생시키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재활용 폐배터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거점수거센터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비대면 통신가입 등 24개 승인과제, 샌드박스 없이 사업 가능 - 산업종합저널 동향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한 규제특례 승인 이후 후속 법제도 개선도 하나 둘씩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샌드박스 법제도 개선현황 분석’을 통해 샌드박스가 바꾼 세상을 되돌아보는 한편 조속한 후속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상의는“샌드박스로 많은 혁신이 가능해졌지만 제도의 혜택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려면 법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며 “그런 점에서 샌드박스의 완성은 바로 법령정비”라고 분석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낡은 법과 제도에 막힌 혁신 사업자에게 2+2년간 실증 테스트 기간을 부여해 ‘혁신 우회로’로 불리고 있다. 정해진 것만 하게 돼있는 ‘포지티브’ 법체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루프홀(Loophole; 규제사각)을 메워 기업들에게 혁신의 실험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2020년 5월에는 국내 첫 샌드박스 민간 기구인‘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출범하면서 137건의 혁신제품과 서비스가 특례를 받았다.

공유주방은 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해 승인된 과제들 중 가장 먼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통과된 과제다. 기존에는 위생사고 등을 우려해 하나의 주방에서 한 명의 사업자만 영업이 가능했지만 샌드박스를 통해 공유주방의 안전성이 입증되고,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나 소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선제적으로 법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공유주방에 입주 경험이 있는 업체 수는 꾸준히 늘어 작년 말 기준 약 214곳으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2년 전에 비해 50배 이상 증가했으며, 업계에 따르면 5년 내에 600곳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공유주방을 통해 지금까지 절감된 초기 투자비용도 약 19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0년 12월 공유주방의 개념을 신설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제화의 기반이 마련됐고, 이에 발맞추어 시설기준, 위생기준 등 관련 하위법령도 개정되면서 지난 2021년 12월 30일자로 공유주방 제도가 본격 시행했다.

공유주방 서비스로 특례승인을 받은 키친엑스 이승환 대표는 “실증만료 후 사업이 중단될까 걱정했는데 부처의 선제적 법제도 개선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며 “이번 공유주방 법제화가 샌드박스 후속 법제도 개선의 모범사례로 기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돼 있어 민간에서는 샌드박스를 통해서만 재활용 사업이 가능했지만, 지난 2020년 12월 대기환경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 반납의무가 사라졌다. 애물단지였던 폐배터리가 캠핑용 파워뱅크, 태양광 가로등 등으로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특례승인을 받은 굿바이카 남준희 대표는 “이번 제도 개선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발전에 발판을 마련한 것과 같다”며 “폐배터리 안전기준 등 다른 관련 법제도도 빠르게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PASS앱 등 민간인증서를 활용한 비대면 통신가입 서비스, GPS 기반의 택시 앱미터기, 모바일 앱을 활용한 시각장애인 보행경로 안내 서비스 등도 관련 법제도가 개선돼 해당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든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해 승인 받은 과제들을 분석한 결과, 아직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관부처가 기존의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해 기업의 혁신 사업을 허용해주는 ‘적극해석’의 경우 실제 법령을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승인과제들은 샌드박스 없이도 사업이 가능해지려면 국회 등에서 후속 법제도를 개선해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조속한 법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송우경 지역정책실장은 “안전성이 검증된 과제는 승인기업의 사업중단 우려 해소는 물론 혁신의 확산을 위해서라도 정부·국회에서 법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원소연 박사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법제도 개선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이번 법제도 개선현황 분석을 통해 정부와 국회, 올해 3월 출범 예정인 인수위 등에 조속한 법제도 정비를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승인 기업 수가 많거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커 정비가 시급한 과제들을 추려 우선적으로 정비를 요청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볼보, 벤츠 등 국내외 유수의 완성차 기업이 승인받은 차량무선 업데이트(OTA) 서비스, 사회 초년생 헤어 디자이너들의 창업 지원 가능한 공유미용실 등이 대표적 과제로 검토되고 있다.

낡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할 객관적인 근거 마련을 위해 샌드박스 승인과제의 사후관리 지원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샌드박스 승인 이후 기업의 성장은 물론 국민 편익 등 사회적 가치 역시 크게 증가했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해 더 이상 법제도 개선을 미룰 수 없도록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강민재 대한상의 샌드박스관리팀장은“조속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부처는 물론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도 법제도 개선 추진동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대선 이후 인수위 건의 등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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