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시장이 중국업체에 잠식당할 위기에 처했다. 태양광 설비 필수 소재인 웨이퍼와 잉곳의 점유율을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3일 전국경제인엽합회(전경련)가 펴낸 '재생에너지 산업 밸류체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는 중국의 태양광 웨이퍼와 잉곳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5%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웨이퍼와 잉곳은 태양광 설비에 필수로 들어가는 원료로 태양광 셀이나 모듈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소재다. 결국, 이를 독점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의해 태양광 시장이 좌지우지 되는 판국이다.
지난달 30일 LG전자가 태양광 패널사업 종료를 밝히며, 태양광 시장에서 발을 뺀 것이 그 사례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공략에 밀리면서, 향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가 본격화 하면서 나머지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하나둘 넉다운(knockdown)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건물일체형태양광(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이하 BIPV)이다. 건물의 외벽, 창호 등으로 사용된 일반 건축외장재를 대체하는 이 모듈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트렌드 확산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본지 기자는 1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에서 국내 BIPV 업체를 만나 업계 동향과 향후 전망을 알아봤다.
BIPV, 맞춤형 제작·빠른 납기로 국내 시장 선점
현장에서 만난 BIPV 제조 업체 에스지에너지의 이진섭 대표이사는 BIPV의 국내 시장 동향을 묻자 "국내 시장은 아직 중국 업체가 발을 못 뻗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중국 업체들이 판매하는 태양광 패널은 육지나 해상 등 발전소 단위에서 활용하는 패널이라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지만, BIPV는 맞춤형 제작이 필요하고, 건축물 시공 기간에 따라 빠른 납기라는 변수가 존재해 국내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른 부스에서 만난 BIPV 업체 해동엔지니어링의 김상철 대리는 "건축물 구조가 워낙 다양하지 않냐"라면서 "규격화된 일반 패널과 달리 BIPV는 건축물 구조에 따라 변동된 사이즈를 계속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 제작 위주로 만든다"라고 했다.
국책 위주 사업 한계…"기술력 재고 및 공급망 확보 필요"
국내 BIPV 기업이 현재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아직 노력해야할 부분도 있다.
최근 나오는 BIPV 제품은 다양한 색상의 유리를 모듈에 적용해 출시되고 있다. 기존의 거울형 패널이 건물의 미관을 망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에 유리를 모듈에 적용하면서, 줄어든 에너지효율을 기존 패널 만큼 올리는 게 기술 경쟁에 있어 관건이다.
BIPV를 제조하는 옥토끼이미징의 김건학 상무는 "최근 BIPV의 에너지 발전 효율을 14%에서 17.8%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라면서도 "확실한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했다.
공급망 확보도 해결해야할 숙제라고 했다. 최근 BIPV에 활용하는 유리 가격이 20%나 올랐다고 언급한 김 상무는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현재 BIPV 공급이 민간보다는 국책 사업 위주로 이뤄지는 점도 업계가 넘어야할 문턱이다. 일반 패널에 유리 등의 원자재가 추가된 BIPV는 단가가 비싸, 민간에서 설치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김 상무의 얘기다.
김 상무는 "국내 BIPV 시장은 아직 새싹이 움트는 과정에 있다"면서 "앞으로 기술력을 얼마나 쌓는가, 그리고 공급망 확보 수준에 따라 시장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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