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약진하는 중국 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한국은 기술 개발로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중국에 탈환 당했다. 2004년부터 17년 동안 유지해왔던 1위 타이틀을 빼앗긴 것이다.
점유율은 중국에게 밀렸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 한국 디스플레이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액정표시장치(LCD) 수요가 줄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DE) 비중이 느는 추세로 봤을 때, 해당 분야의 기술력이 높은 한국이 장기적 관점에선 더 우세하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종합 경쟁력 100점 만점에 83.4점을 받았다. 중국은 73.1로 뒤를 이었다. 연구개발과 설계, 생산 부문에서 앞서고 있다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다. LCD 탈환과 함께 중국 업체들이 향후 먹거리인 OLED 분야 추격에도 바짝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방산업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층과 정부 및 금융기관의 든든한 자본력 등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 격차 나선 韓디스플레이…정부, 5천억 예산 투입
중국 업체가 LCD에 이어 OLED 시장 점유율 탈환을 위해 맹추격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을 발표하고 2026년까지 6년6개월 동안 5천억 원 가량 예산을 투입하는 국책 사업에 들어갔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은 혁신공정 플랫폼 사업은 내년부터 2단계 사업에 돌입한다.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만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이연규 연구개발 본부장은 “혁신공정 사업단의 목표는 원가 절감 기술이다”라고 했다.
63건의 과제를 통해 생산 격차 5년, 기술 격차 3년 이상을 벌리고 생산 원가를 50% 낮춰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더 넓은 면적의 OLED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 우리만의 기술로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10일부터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는 이같은 사업으로 결실을 맺은 10개의 시제품이 전시됐다. 총 63개 과제 중 완료된 10개가 전시된 것인데, 나머지 과제는 아직 개발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과제마다 시행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일찍 성과를 도출한 기술부터 출품한 것이다”라고 했다. 내년 이후에는 과제 성과물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충남테크노파크에 착공한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 조감도 (사진 제공 = 충남도청)
현재 사업단은 충남 테크노파크에 혁신공정 플랫폼을 짓고 있다. 이 건물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소재·부품·장비 업종의 중소·중견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패널 기업이 보유한 R&D 라인 수준의 시설로 구축된다.
이 본부장은 테스트 베드의 효과로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면서 “실제 양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올해 초 착공에 들어간 혁신센터는 내년 12월께 완공될 것이라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 격차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려 되는 부문도 있다. 기술 개발이나 원가 절감에 성공한다 해도 의존도가 높은 소재와 장비 등의 공급망이 흔들리면 자칫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은 디스플레이 생산에 있어 몇 가지 핵심 장비와 소재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회로 공정에 활용하는 노광기와 발광 물질 일부 등이다.
이 본부장은 “몇몇 소재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도 “소재나 장비의 국산화율은 각각 70%, 60%정도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라고 했다.
해당 기술의 국산화 시도뿐만 아니라 대체 기술과 신기술에 관한 한국만의 공급망을 갖추는 전략 등 국산화 문제는 다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그는 “한국만의 기술로 새로운 융복합 시장을 만들고, 주력 제품 원가를 낮춰 승부해야 한다”면서 “현재 전체 디스플레이 점유율 중 65%를 차지하는 LCD 시장을 OLED가 대체하고, 계속 주도권만 가져간다면 (1위는)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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