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을 두고 노동계와 재계, 여야 정치권에서 평행선 달리고 있다. 노동권 보장과 재산권 보호를 각자의 근거로 내세우면서, 양측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9일부터 노조법 2·3조 개정 천막 농성을 국회 앞에서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1월 17일.
노동자 쟁의에 관한 기업의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일부개정안)은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2014년 법원이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금한 데서 유래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노조법 제2․3조를 개정하는 움직임이 지난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지만, 한 건을 제외하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야당에선 이번 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올해 하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노란봉투법을 꼽으면서, 개정안 통과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재계와 여당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불법파업 조장법’, ‘공산당법’ 등 격렬한 반응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국정감사에서 “노란봉투법은 민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경영계에서는 재산권 침해를 근거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이제 정기국회 종료 시점(12월 10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노란봉투법 쟁점을 짚어봤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9일부터 노조법 2·3조 개정 천막 농성을 국회 앞에서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1월 17일.
노란봉투 속 내용은?
현재 국회에서 발의한 노란봉투법 관련 법률 개정안은 총 8건이다. 안건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노동쟁의 범위 확대’(노조법 제2조)를 통해 ‘과도한 손해배상을 제한’(노조법 제3조)하는 내용이 공통의 골자다. 그동안 불법으로 규정됐던 파업을 합법화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노동쟁의 범위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로 좁혀 있는 기존 노동쟁의에 ‘그 밖의 대우 등 근로 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추가해 노동쟁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넓혔다.
최근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올린 안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경영상 해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주장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 등이다.
사용자 정의에 추가 조항도 달았다. 하청 노조도 원청과 교섭이 가능하게 길을 터주면서, 불법파업을 줄이자는 취지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사용자 정의에 ‘근로 조건이나 수행업무에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파업의 사례처럼 사업자가 파업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원청 업체가 파업 노동자를 압박할 때 사용하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자는 취지다.
재산권 침해…손배 금지는 법치 근간 무너뜨리는 일
지난 21일 전국경제인엽합회는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 보고서를 발간하고, 노란봉투법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전경련 의뢰로 이 보고서의 연구를 수행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평등권, 사용자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불법행위에 관한 면책 특권을 노조에게만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손해배상으로 파업이 빈발할 경우 사용자 영업 활동 제한으로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제한은 사용자 손해를 보전 받을 권리를 없애 ‘재산권’도 침해한다고 봤다.
또한, 노조의 폭력·파괴 행위에 관한 면책은 불법과 폭력을 막기 위한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될 때에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금지하도록 한다는 일부 개정안(민주당 양경숙 의원 개정안)의 내용이 이 주장의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 측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폭력이나 기물 파손에 면책을 주는 것은 우리도 반대하는 내용이다”라며 “폭력이나 기물 파손을 용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얘기했다.
한상진 대변인은 하청의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여러 개의 하청업체 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지회라고 큰 범주의 노조가 따로 있다”라며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khm546@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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