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장 내 중대재해 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1천142명이며, 이중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92(25.6%)명으로 집계됐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번 연말에 다룰 두 번째 10대 이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본지는 한 해 동안 중처법에 대한 취재 내용을 종합해 정리했다.
![[2022년 10대 이슈] ②중대재해처벌법 - 산업종합저널 정책](http://pimg.daara.co.kr/kidd/photo/2022/12/14/thumbs/thumb_520390_1670996377_51.jpg)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개회사 중인 국민의 힘 박대수 의원
경영계 중대재해처벌법은 불합리한 처사
현장 내 근로자 안전에 대한 본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됐다. 중처법은 현장 최고책임자에게 사고 책임 및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사업주의 안전 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만능주의는 불합리한 처사라며 곡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행정적인 업무처리로 모호한 법안을 발의한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일부 공무원들이 일일 건설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뒤늦게 방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라는 눈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노사 간 적대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억울함을 연일 토로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사실상 기업은 현장 내 재해가 발생해서 이득을 보는 일은 전혀 없다. 중대재해는 1분 1초가 갈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근로자 안전을 위한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경영계는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본부장은 “이 법안이 제정되기 전, 안전 관련 기관에 경영 책임자가 참여해 안전관리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이러한 불합리한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 의식 취약 문제
문제는 사업 규모가 작은 현장이다. 본지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실제로 50인 미만 현장 내 근로자와 기업들의 안전 의식이 취약한 부분이 확인됐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안전에 대한 비용 문제로 인해 소수 인원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식이다. 규모가 더 작은 현장에서는 현장 소장 혼자서 관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근로자들은 짧은 고소작업 시, 귀찮다는 이유로 안전 고리를 걸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중대재해는 비단 경영계만의 사안이 아닌, 현장 내 안전 의식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도 함께 안고 있는 것이다. 한 근로자는 “원래 높은 곳을 싫어해 짧은 고소 작업이라도 안전 고리를 착용한다”면서 “하지만 이때 선임 작업자가 답답해하는 제스처를 취하면 눈치를 볼 때가 많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동계, 기업의 관습 행태로 인해 산업재해 발생 빈번
분명 여기까지는 기업의 입장이다. 업무 매뉴얼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의 암묵적인 행태로 인한 재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태안석탄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였던 故김용균씨 사고를 비롯해 지난 10월 SPC 그룹 계열사 SPL 공장에서 발생한 소스배합기 끼임 사망사고는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기업의 관습으로 인한 사고 사례다.
중처법과 관련해 본지가 지난 4월 보도한 취재 내용 중에는 작업 현장 내 사고 발생 시, 심각한 부상자가 아닌 이상 현장 게이트 밖으로 내보내 조치하는 기업의 관행을 언급한 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경기도 광주 고속국도 건설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크레인 해체 작업 도중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시공사인 DL이앤씨는 119신고 취소 후, 회사 차량을 통해 환자를 지정병원으로 이송해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받았다.
지난 11월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이 혼자 열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던 중 기관차에 치여 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공사 노조 측은 해당 역사에 대한 3인 1조 업무를 위한 인력 증원과 안전관리 매뉴얼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계는 안전에 대한 투자와 안전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안전 수칙에 대한 의무조항을 지키지 않거나, 안전에 대한 인력 및 예산을 의도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사항들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정부는 지난 11월 28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의 사고사망만인율 0.29‰(퍼밀리아드)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현재 재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기 전, 체계적인 재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확실한 사망율 감소를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안전사고에 대한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 기업 스스로 위험 요인을 발굴 및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지원한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엄중한 결과 책임을 부과한다는 전략과,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중소기업, 건설, 제조업, 추락, 끼임, 부딪힘, 하청 사고에 대해 집중 지원 및 특별 관리한다는 것이 이번 로드맵의 핵심 전략이다.
고용부는 ‘즉시 이행 가능한 과제는 2023년부터 신속히 착수해 가시적인 감축 성과를 도출하고, 볍령 개정 및 예산 수반 과제는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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