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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혹독한 겨울나기] 악순환 고리에 시름 앓는 中企

고금리 시대, 기업 생존 정책 자금 늘리는 것 중요해

‘9981’ 언뜻 암호처럼 보이는 이 숫자는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올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기업 가운데 99%는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1%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더 와 닿는다. 20년 기준 중소기업 수는 728만6천23개, 종사자 수는 1천754만1천182명이다. 중소기업은 국가 산업의 근간이자 경제를 지탱하는 말뚝이다.

그런 중소기업계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코로나19가 완화하면서 움츠러들었던 산업이 기지개를 켜나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高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시름 앓는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자 본지 인터넷판에 이어 국가 산업단지 가운데 중소기업 비율이 95% 이상인 시흥스마트허브(시화국가산업단지)를 찾아가 그 목소리를 담았다.


제조업계, 골만 깊어 가는 악순환 고리

[중소기업-혹독한 겨울나기] 악순환 고리에 시름 앓는 中企 - 산업종합저널 동향
지난 21일 찾은 시흥스마트허브(시화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거리

“코로나19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시흥 산단 내 이차전지 관련 제조업체 A 대표는 “월 마다 지출하는 고정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조차 줄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인은 다양한 문제에서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원자재 값 상승은 제조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본질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원자재를 매입해 완성품을 위한 부품 등을 제조하고 거래처에 납품한다.

하지만 거래처는 조금이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길 원한다. 수직 계열화 된 국내 산업 구조상 밑단에 속한 중소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상쇄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업력이 20년이 넘은 한 금도금 업체의 A 대표는 “20년 전부터 맺어온 거래처 관계를 생각하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거래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를 거치고,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상황이 너무 어렵다보니 A대표는 18년과 8년의 경력자를 권고사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더 단단히 묶는 데는 고정비용 상승도 한몫 했다. 실제로 4대 보험료를 비롯해 공과금, 인건비 등의 비용이 매년마다 상승하고 있다.

한 제조업체 B 대표는 “기존 90만 원 지출했던 고정비용이 최근에는 120만 원 정도가 빠져나가고 있다”고 얘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또한 “원래 260만 원 정도 지출했던 게 320만 원 정도로 고정비용이 늘어났다”고 했다.

대출로 연명하는 영세업체, 정부 지원책 마련 시급

[중소기업-혹독한 겨울나기] 악순환 고리에 시름 앓는 中企 - 산업종합저널 동향
지난 21일 시흥스마트허브 내 한 기업 공장에서 지게차 작업을 하고 있다.

감소세에 접어든 거래 상황과 고정비용 및 원자재 값 상승으로 기업들의 마이너스 매출은 결국 은행 대출로 이어진다.

“이자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어요” 이차전지 관련 제조업체 C대표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그나마 여건이 나은 상황인데도, 매출 저하로 대출을 받아 공장을 가동할 정도로 어렵다”라며 고금리 대출로 부담 겪고 있는 심정을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그나마 공장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를 담보로 대출이 나오지만, 임대 계약에 의존하는 영세업체의 경우, 아예 나오지 않거나 금리가 높아 손도 못 댄다”라며 “주변에 보면, 대출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도 많다”라고 얘기했다.

이로 인해 공단 내에는 채워지지 않는 빈 공장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무패킹 제조업체 D대표는 “예전 같은 경우에는 임대로 들어온 기업이 빠지면 빠르게 다른 입주자가 채워졌는데, 요즘엔 비어있는 날이 늘고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추후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일단 견뎌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지원이라도 기댈 수밖에 없다.

시흥시소부장경영인협회 관계자는 “지금 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정부에서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책 자금을 늘려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대신에 정책 자금 지원 방안을 늘리더라도 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무제표가 좋은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나마 잘 나가는 기업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나마 버틸 수 있지만, 영세업자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동취재=최 준 기자·강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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