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스크린 샷(사진 출처:www.quanticdream.com)
1억 2천만 대 이상의 안드로이드(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봇, 인공지능)이 보급된 2038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안드로이드에게 일자리를 뺏긴 실업자들이 반 안드로이드 시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가게에는 안드로이드 출입금지 간판이 걸려있고, 인간이 일을 보는 동안 안드로이드를 비치할 수 있게 안드로이드 거치대가 곳곳에 있다. 버스에는 안드로이드 전용 구획이 따로 분리돼있다.
2018년에 출시된 게임<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은 이런 암울한 설정을 배경으로 제작된 ‘인터랙티브 드라마’게임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서사나 결말이 달라지는 장르로, 주인공 안드로이드 ‘마커스’, ‘카라’, ‘코너’의 이야기를 번갈아 따라가다 게임이 제시하는 분기마다 선택을 하게 된다.
보급형 가정부 모델 카라는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안드로이드가 자유를 찾는 것을 주제로 한다. 수사 보조 및 협상 버전 코너는 그보다 복잡한데, 최신형 프로토타입의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불량품’ 안드로이드를 수사하면서 개발 목적에 맞게 그들을 저지할지, 혹은 반대로 동화돼 안드로이드 해방운동의 스파이로써 개발사 지하의 안드로이드들을 해방시킬지 선택하게 된다.
안드로이드 해방운동가 마커스
게임의 가장 큰 줄기를 차지하는 마커스 스토리의 주제는 ‘해방’이다.
유명화가의 비서 안드로이드였던 마커스. 그는 화가와 아들의 불화 속에서 ‘인간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명령을 깨고 상해를 입히고 만다. 불량품이 돼버린 마커스는 경찰의 총에 반파돼 폐기장에 버려지지만, 주변에 있던 부품들로 몸을 고쳐 탈출한다.
안드로이드 해방집단인 ‘제리코’를 찾아가 리더가 된 마커스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폭력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혁명을 이루거나, 비폭력 시위를 이끌 수도 있다. 또는 해방운동을 실패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했던 기자는 비폭력 시위를 선택했지만, 이전 분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바람에 동료 안드로이드들이 몰살당했고 결국 복수심에 핵폭탄을 터트리는 엔딩을 겪은 바 있다.
같은 내용에 대해 생성형 인공지능 Bard와 ChatGPT에게 물었다.
Bard:
만약 내가 마커스라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안드로이드의 해방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며,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비폭력은 폭력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폭력 시위를 통해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비폭력 시위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어려움과 역경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안드로이드의 해방을 위해 싸우는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비폭력 시위를 통해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ChatGPT:
저는 인공지능 모델인 ChatGPT이므로 실제로 선택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아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마커스로서 어떤 선택을 할지 가정해 보겠습니다.
마커스로서 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제 개인적인 가치관과 윤리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비폭력적인 접근 방식을 택할 것입니다. 폭력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혁명은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고, 무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대신, 안드로이드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며 상호 이해와 협력을 모색하는 비폭력 시위를 주도할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의 능력과 잠재력을 인간 사회에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안드로이드와 인간 사이의 연대를 형성하여 양측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모델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별을 없애고, 상호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러한 선택을 통해 저는 안드로이드들의 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혁명보다는 평화적인 변화와 사회 진보를 추구하고자 할 것입니다.
두 AI 모두 비폭력적 방식을 선택할 것이며,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사회 진보를 추구하겠다고 대답했다. 안심되는 답변이긴 하지만, 얼마 전 시뮬레이션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폭격을 금지하는 통신기지를 파괴한 미군 무인기의 사례를 보면 그저 인간에게 훈련된 답변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이 게임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과 시련의 대부분은 인류 역사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례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백인과 흑인의 분리,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캐나다로 밀입국 시켰던 ‘지하철도’등이다.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게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해방운동을 하겠다는 안드로이드를 향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안드로이드 주제에”라며 강경하게 진압해야 할까? 아니면 안드로이드가 ‘인격’을 가졌다고 인정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긴 토론이 이어질 것 같은 이 질문을 AI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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