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어도비(Adobe) 포토샵(Photoshop)은 사용자의 명령어에 맞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위 사진은 포토샵에 탑재된 AI를 활용해 편집한 사진이다. 비어있는 공간에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이라는 명령어를 내어 얻어냈다.
포토샵의 AI 기능은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 앱에서 포토샵 베타 버전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 본지에서는 취재 시 촬영했던 사진들을 활용해 해당 기능을 체험해 봤다.

포토샵 베타 버전에서 사진의 영역을 지정하자 나타난 '생성형 채우기' 버튼
채우기
먼저, 앞에서 소개한 사진과 같이 ‘채우기’를 체험해 봤다. 미술관의 비어있는 공간에 “관람객 무리”라고 입력하자 미술관을 거니는 관람객들이 그럴싸하게 생성됐다.

(위)원본 사진 (아래)"관람객 무리"명령어로 생성한 사진

(위)원본 사진 (가운데, 아래)AI가 생성한 사진
이어, VR 기기를 찍은 사진을 두고 “VR 기기를 보고 있는 사람”이라고 명령했다. 원했던 결과물은 사진의 VR 기기를 사람들이 살펴보는 모습이었으나 AI는 사진에서 VR 기기를 지워버리고 대신 ‘VR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생성해냈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생성된 사진의 배경이 원본 사진과 크게 차이가 없어 흥미로웠다.

(위)원본 사진 (가운데)AI가 생성한 사진 (아래)일그러진 얼굴을 새롭게 생성한 결과물
비어있는 전철 승강장을 지정해 “전철을 기다리는 승객들”이라고도 명령을 내려봤다. 크게 어색하지 않게 승객들을 그려냈으나 일부분 이상한 부분도 있었다.
스크린도어를 없애고 새로운 전철을 생성해냈고, 기둥에 기대 있는 승객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얼굴 부분을 다시 선택해 “새로운 얼굴”이라고 입력하자, 이번에는 일러스트 느낌으로 얼굴을 만들어냈다.

(위)원본 (아래)AI가 사람들을 지우고 새롭게 생성한 사진
지우기
이번엔 ‘지우기’를 사용해 봤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의 사진을 가져와 “사람들을 지우고 길과 나무만 남겨줘”라고 입력하니 곧잘 원하는 사진을 생성했다. 벽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지워달라는 명령에도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물론, 사진을 많이 다뤄본 작업자라면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만 AI는 이 같은 작업을 1분여의 시간 만에 끝냈다. 하지만 사진이나 명령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AI는 엉뚱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위)원본 (아래)사람들을 지워달라는 명령어의 결과물

(위)원본 (아래)나무를 지워달라는 명령어의 결과물

(위)원본 (아래)나무만 지우고 건물을 잘보이게 해달라는 명령어의 결과물
행인을 지우고 길만 남겨달라고 하자 길 위에서 컬링을 하는 듯한 결과물을 내놓고, 나무를 없애 달라고 하자 포크레인을 들고 있는 사람 같은 초현실주의 사진을 만들었다. 또, 건물을 가리고 있는 나무를 없애달라고 하자 건물을 반으로 쪼개버리기도 했다.
확장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고자 할 때, 가장 난감한 순간은 사진의 구도가 부족할 때다. 크게 찍은 사진은 확대하거나 잘라내면 되는데 작은 사진은 억지로 늘리면 픽셀이 깨지거나 비율이 왜곡돼버리기도 한다. 어도비가 포토샵 AI를 공개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주목한 부분도 사진의 빈 공간을 확장해 준다는 것이었다.
AI는 명령한 사진을 큰 무리 없이 확장해냈다. 건물 아래 가로수를 활용한 것인지 사진 왼편에 울창한 나무를 만들어냈다. 자세히 보면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주황색 건물과 다리 난간도 제법 괜찮게 확장해냈다.
비 내리는 시내의 사진도 제법 괜찮았다. 살펴보면 전신주가 잘려있거나, 버스의 앞부분이 뭉개져 있는 등 디테일한 부분은 모자랐다. 하지만,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나 나무의 윗줄기같이, 단순한 배경 연결로 처리하리라 생각한 부분에서 의외의 상상력이 엿보였다.
AI 사진 편집의 미래는?
어도비의 AI는 아직 ‘만능’도구는 아니었다. VR을 쓰고 전시를 체험하는 관람객 사진 전체를 선택해 “미술관 벽 가운데에 걸려있는 그림을 생성해 줘”라고 하자 AI는 사진과 관계없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버렸다.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전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다리를 없애고 싶다면 다리를 선택하고 삭제해 여백의 공간으로 만든 뒤 “여백을 채워줘”라고 하자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원하는 구간을 선택하고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면 AI는 만족스러운 사진을 생성한다. 위의 “미술관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생성해 줘”라는 명령에서 만들어진 그림을 놓고서, 위와 아래의 여백을 각각 확장해달라고 했다. 얼핏 보면 갤러리에 가서 찍은 듯한 사진이 완성됐다.
베타 버전으로 제공되고 있는 AI 기능은 올해 말에 포토샵 정식 버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AI를 체험하며 놀라워하고 있다. 베타 버전에서 드러난 여러 부족한 점들과 오류들이 개선된 정식 버전이 사진 편집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응이다.
기자가 체험해 본 결과, 단순한 사진에서 일부를 지우거나 확장하는 작업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조금만 복잡해지면 엉망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한 번의 명령에서 세 가지의 작업물을 내놓았다. Google의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 Bard가 동시에 세 가지 답변을 하는 것과 같았다. 다만 컴퓨터의 사양이 중요해 보였다.
명령어를 올바르게 알아듣는 것은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베타 버전에서는 영어로 밖에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번역의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가 가장 큰 것으로 보여 정식 버전에서는 다양한 언어가 지원돼야 할 것이다.
한편, 어도비 포토샵의 AI를 체험해 본 한 누리꾼은 “앞으로는 사진이 잘 찍는다에서 잘 쓴다로 넘어갈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이런 걸 보면 기죽어서 사진을 못 찍겠다”라는 반응도 있는가 하면 “잘 익혀서 편리하게 사용하면 된다”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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