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정과 대외 통상 문제로 인해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되며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전분기(85) 대비 24포인트, 전년 동기(83)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61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이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계엄 사태, 환율 변동,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등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업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는 계엄 사태 전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첫 번째 조사는 지난해 11월 19일부터 12월 2일까지 2,281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당시 전망치는 72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1월 6일부터 15일까지 4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조사에서는 전망치가 61로 하락하며 급격한 체감경기 악화를 보여줬다.
BSI 지수는 100 이상일 경우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 이하일 경우 부정적 평가가 우세함을 나타낸다.
매출, 영업이익, 자금사정 등 주요 항목의 전망치는 모두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부정적인 응답이 증가했다. 특히, 2차 조사에서는 매출액이 61, 영업이익이 59로 나타나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뚜렷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지난해 12월 88.2로 급락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91.2에 그쳐 기준치(100)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으로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금조달 여건도 녹록지 않다. 자금사정 지수는 64로 높은 금리와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을 반영했다. 다만 설비투자 지수는 85로 다른 항목에 비해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24년 경영 실적과 관련해 기업의 39.7%는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했다고 응답했으며, 35.6%는 소폭 미달(10% 이내)했다고 답했다. 반면, 15.4%는 목표치 대비 크게 미달(10% 이상)했으며,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업은 9.3%에 그쳤다.
올해 기업들이 꼽은 주요 경영 리스크로는 ‘정치 불확실성’(48.0%)과 ‘환율 변동’(47.3%)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내수 위축’(34.9%), ‘트럼프 2기 통상정책’(24.9%), ‘고금리 장기화’(17.6%), ‘해외수요 부진’(13.5%)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과 소비 활성화 대책을 통해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환율로 인한 채산성 악화 문제를 겪는 기업에 대해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외 신인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필요성을 인정한 12개 무쟁점 법안 중 인공지능특별법만 통과된 상황”이라며, 첨단산업 투자 지원,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 구축, 외국인 고용 확대와 같은 기업 현장에 필요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성장률 저하와 대내외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경제지표와 대외 신인도를 철저히 점검하고, 선제적인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무쟁점 경제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한 긍정적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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