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R&D 투자의 중심이 미국과 중국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한국은 투자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 수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EU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2024년 R&D 투자 스코어보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세계 R&D 투자 상위 2,000대 기업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업 수 기준 60.3%, 투자액 기준 59.5%에 달한다고 5일 밝혔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기업 수(681개)와 투자액(5,319억 유로) 모두 1위를 유지했으며, 중국은 기업 수가 119개에서 524개로 늘고 투자액도 188억 유로에서 2,158억 유로로 11.5배 증가하며 2위로 도약했다. 반면,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 기업 수는 감소했다. 한국은 기업 수가 40개로 10년 전보다 14개 줄었지만, 투자액은 4,25억 유로로 5위를 기록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R&D 투자 집중도 증가…미국·중국 격차 확대
미국은 2013년 1,910억 유로에서 2023년 5,319억 유로로 증가하며 전체 R&D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6.1%에서 42.3%로 확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투자액이 11.5배 증가하며 2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투자액은 193억 유로에서 4,25억 유로로 증가했지만, 기업 수는 줄었다.
기업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나타내는 ‘R&D 집중도’는 미국이 5.1%에서 8.5%로 3.4%p, 중국이 1.4%에서 3.9%로 2.5%p 증가했다. 한국은 2.4%에서 4.0%로 1.6%p 상승했으며, 글로벌 평균은 3.3%에서 5.1%로 확대됐다.
반도체·전기차·AI 분야 R&D 투자 확대
첨단산업별 R&D 투자 분석 결과,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199억 유로로 투자액 1위를 기록했다. 증가율에서는 엔비디아가 8.2배로 가장 높았으며, SK하이닉스(6.7배), AMD(6.1배), 미디어텍(5.1배) 등이 뒤를 이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테슬라가 10년간 21.5배 증가하며 R&D 투자 증가율 1위를 기록했고, 중국 BYD(15.8배), 인도 타타(2.9배) 등이 성장세를 보였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폭스바겐, 벤츠, GM 등 전통 완성차 기업들이 상위를 차지했으며, 현대차도 2.7배 증가했다.
IT 소프트웨어·플랫폼 분야에서는 메타(페이스북)가 32.4배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였고, 중국 텐센트(15배), 세일즈포스(10.1배)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네이버의 R&D 투자액도 10년간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산업에서는 길리어드 사이언스(3.4배), 애브비(3.1배), 브리스톨 마이어스(3.1배), 아스트라제네카(3배) 등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한미약품이 R&D 투자를 2배 확대했다.
기술패권 경쟁 심화…정책 지원 필요성 제기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반도체·배터리·AI 등 핵심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R&D 투자와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도 반도체 지원법과 같은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부상을 보면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도 첨단 R&D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 연구개발 촉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I, 반도체, 전기차 등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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