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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의 국적은 바뀌어도 지식의 일자리는 편식한다

공학은 61.5%가 정규직인데 인문학은 18.5%뿐… 전공 따라 갈리는 학위의 무게

최고 지성의 상징인 박사 학위가 누군가에게는 훈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실업의 굴레다. 학위 취득자의 국적은 갈수록 다양해지며 상아탑의 담벼락을 넘고 있으나 정작 이들이 마주하는 일자리 시장은 전공의 벽 앞에 여전히 견고한 차별의 담장을 세워두고 있다. 지식의 양적 팽창이 질적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비대칭은 한국 학문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독소다.
상아탑의 국적은 바뀌어도 지식의 일자리는 편식한다 - 산업종합저널 전자
(기획 및 AI 제작)

지식 생산의 글로벌화와 텅 빈 강정의 경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5일 공개한 분석 결과는 국내 대학의 박사 학위 수여 현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학위를 취득한 4만5,561명을 추적한 결과 외국인 박사 비중은 14.3%에서 23.9%로 4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넷 중 한 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내국인 인재들이 불투명한 미래를 이유로 연구실을 떠난 자리를 학업에만 전념하는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는 형국이다.

공학의 미소와 인문학의 침묵이 빚은 양극화
학위의 값어치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잔인하게 갈린다. 정보통신기술(ICT) 전공자는 61.5%가 정규직으로 입성하며 학위의 보상을 누리지만 예술 및 인문학 전공자는 단 18.5%만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꿰찬다. 세 배가 넘는 고용 격차는 지식의 위계질서를 공고히 한다. 공학·제조·건설 계열 상용근로자 비율이 70.7%에 달하는 동안 교육(42.2%)과 서비스(45.4%) 계열은 만성적인 고용 불안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상아탑 내부에서도 계급이 나뉘는 셈이다.

글로벌 인재 쟁탈전 속 사그라드는 기초 지성
연구를 주도한 장광남 부연구위원은 고급 인력의 양적 팽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특히 첨단 산업을 필두로 고도화된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이 우수 자원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박사급 인재들의 활동 실태를 현미경으로 살피고 이들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할 정교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신산업의 화려함에 가려진 기초 학문의 위기는 결국 국가 지식 체계의 불균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고급 두뇌가 고용의 사각지대에서 방황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박사 학위가 전공에 따라 정규직 티켓이 되거나 혹은 영원한 시간강사의 족쇄가 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식의 서열화가 아닌 가치의 재배치를 통해 상아탑의 엔진이 전 산업 분야에서 고르게 박동하도록 국가적 인재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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