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기업이 사람을 뽑으려는 수요는 말라붙고 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수'가 0.43까지 떨어지며 11월 기준으로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래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한파가 길어지며 고용 시장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8일 '2025년 11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천경기 미래고용분석과장은 브리핑에서 "11월 구인배수가 0.43으로 전년 동월(0.46) 대비 하락했다"며 "이는 1998년 11월(0.17) 이후 동월 기준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구인배수가 1 미만이라는 것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뽑는 인원보다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건설업 '동반 부진'… 고용 질적 악화 뚜렷
전체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는 1천565만 4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만 8천 명(1.1%)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완만한 증가세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질적 악화가 뚜렷하다. 고용 시장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건설업이 동반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제조업 가입자 수는 384만 5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6천 명 줄었다. 지난 6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이며, 감소 폭도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고용허가제 외국인 가입자 증가분을 제외하면 내국인 가입자는 3만 1천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역시 1만 6천 명이 줄며 2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천 과장은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등에서 구인 수요가 많이 위축되어 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은 늘어나다 보니 구인배수가 안 좋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일자리 39개월째 증발… 60대만 늘었다
연령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29세 이하 청년층 가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 2천 명 감소하며 39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구 감소 요인과 더불어 제조업, 정보통신, 도소매 등 청년 선호 업종의 부진이 겹친 탓이다. 40대 가입자 역시 2만 1천 명 줄어들며 2년 넘게 감소세가 지속됐다.
반면 고령화 영향으로 60세 이상 가입자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전체 가입자 증가분(17만 8천 명)의 대부분은 보건복지(9만 8천 명), 숙박·음식(증가 폭 확대) 등 서비스업과 고령층 일자리에서 나왔다.
실업급여 누적 지급액 11.4조 원… 역대 최대 경신
고용 한파 속에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11월 한 달간 구직급여 지급액은 7천9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지급액은 11조 4천715억 원에 달했다.
천 과장은 "11개월 누적 지급액은 역대 최고치가 맞다"며 "통상 12월 지급액이 11월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연간 지급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고용 지표가 양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제조업과 건설업 등 특정 산업의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The Big Picture
-. 고용 시장이 얼어붙음.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배수'가 0.43까지 추락,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 기록.
-. 왜 중요한가 ‘고용의 질’ 붕괴가 심각함.
ㄴ제조업·건설업 침체: 경제 버팀목인 두 산업이 동반 부진.
ㄴ세대 양극화: 청년(29세 이하) 일자리는 39개월째 감소,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만 증가하는 기형적 구조 고착화.
-. 숫자로 본 현실
ㄴ0.43: 구직자 1명이 경쟁할 일자리가 0.5개도 안 됨.
ㄴ11.4조 원: 11월까지 실업급여 누적액. 이미 역대 최대 돌파.
ㄴ3만 1천 명: 외국인 제외 시 순수 감소한 내국인 제조업 일자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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