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세계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공급망 재편', '피지컬(Physical) AI', 'K-소비재'가 꼽혔다.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이 한국 기업에는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6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설명회는 코트라 해외지역 본부장 10명이 연사로 나서 권역별 이슈와 진출 전략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들은 경제안보 차원의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AI(인공지능) 대전환, K-라이프스타일 확산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망 새판 짜는 美·EU·日… '프렌드쇼어링' 올라타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자국 및 우방국 위주의 공급망 구축인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관세를 활용해 투자를 유도하며 제조업 재건을 추진 중이다. 이금하 북미지역본부장은 "미국 현지에서 한국 기업을 제조업 르네상스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이 공급망 진입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일본 역시 공급망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현철 유럽지역본부장은 "유럽의 공급망 내재화 과정에서 안정적 공급 능력과 혁신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민 일본지역본부장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경제안보가 격상됐다"며 "반도체, 이차전지, 수소, 조선 등 4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한일 협력 기회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넘어 '피지컬 AI'로… 중동 데이터센터 시장 13조 원
글로벌 AI 투자가 지속되면서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공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로의 전환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적 역량을 AI 초격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황재원 중국지역본부장은 "중국 제조업의 AI 전환으로 스마트팩토리와 로봇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산 고성능 ICT 장비의 진출 유망성을 언급했다.
중동 산유국들의 '탈석유 AI 드라이브'도 주목된다. 김병호 중동지역본부장은 "UAE와 사우디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며 "GCC(걸프협력회의) 국가의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4년 35억 달러(약 5조 원)에서 2030년 95억 달러(약 13조 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콘텐츠 넘어 'K-라이프스타일'로… 소비재 수출 효자 등극
한류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의식주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했다. 이에 힘입어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5대 소비재 수출 비중은 전체의 7% 수준으로 올라섰다. 식품과 화장품은 연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의약품과 문화콘텐츠도 올해 100억 달러 달성이 유력하다.
김동현 서남아지역본부장은 "인도에서는 한류 확산이 K-소비재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며 체험형 마케팅을 제안했다. 김지엽 중남미지역본부장은 "중남미는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을 강조했다.

이재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이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과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내년에도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가 거세질 것"이라며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수출 돌파구를 찾고, 글로벌 사우스 시장과 AI·소비재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세계 수출 5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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