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말 기준, 한국의 사업체 종사자 수는 2,036만 8,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만 3,000명 증가했다. 숫자만 보면 고용은 늘었다. 하지만 산업별로 들여다보면 기류는 다르다.
제조업은 26개월 연속, 건설업은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 입직자와 이직자 수는 나란히 줄어든 지 8개월째로, 노동시장의 활력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11월 사업체노동력조사’ 및 ‘2025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확인된 결과다.
고용 증가, 대기업과 일부 산업에 집중
고용 증가는 주로 대기업과 일부 공공서비스업 중심으로 나타났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가 1만 2,000명, 임시·일용근로자가 5만 1,000명 증가했으며, 기타종사자는 2만 명 감소했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3만 9,000명 증가해 증가세를 견인했으나, 300인 미만 사업장은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산업별로는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공공행정·사회보장행정 등 공공 부문에서 고용이 늘어난 반면, 제조업과 도소매업, 건설업 등 민간 부문은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은 의복·모피제품, 고무·플라스틱제품 제조업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건설업 고용도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입직·이직 모두 감소…노동시장 경직 신호
고용의 또 다른 축인 ‘노동 이동성’도 위축됐다.
입직자는 3만 7,000명, 이직자는 5만 7,000명 줄어들며, 입직률(4.5%)과 이직률(4.4%)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중소사업체(300인 미만)의 입직자와 이직자가 각각 4만 1,000명, 6만 3,000명 감소한 데 비해 대기업(300인 이상)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노동시장조사과 김재훈 과장은 “경기 위축으로 구인 자체가 줄었고, 이에 따라 미충원과 부족인원도 함께 감소한 것”이라며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인 반면, 중소사업장은 고용 축소 국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총액은 상승…임시·일용직은 하락
10월 기준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420만 3,000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상용근로자는 447만 8,000원(7.4%↑)이었으나, 임시·일용근로자는 167만 원(8.1%↓)으로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은 10.4% 상승, 300인 미만은 5.7% 상승에 그쳐 규모별 격차도 나타났다. 이는 추석 특별상여금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 특수 효과가 반영된 수치이기도 하다.
한편, 실질임금은 4.7% 증가했으며, 근로시간은 전년 대비 13.4시간 감소해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총 노동 투입은 줄어들고 있는 흐름이다.
구인·채용 수요 감소…노동시장 전망 ‘불투명’
직종별노동력조사 결과도 노동시장 위축 흐름을 뒷받침했다.
3분기 구인인원은 120만 6,000명, 채용인원은 110만 5,000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9만 명, 6만 8,000명 감소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구인 감소가 두드러졌으며, 미충원율은 8.4%로 1.1%p 하락, 부족인원은 44만 9,000명으로 7만 8,000명 감소했다.
2026년 1분기 채용계획 인원 역시 46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 4,000명 감소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구인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총량 유지 속 구조적 불균형…정책 대응 시급
종합적으로 보면, 고용의 총량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으나, 산업·계층·사업장 규모별로 고용구조의 양극화와 경직성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공공부문에 고용이 집중되는 한편, 중소제조업과 건설업 등 전통적인 고용흡수 산업은 장기 부진, 임시직과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은 하락세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지표의 플러스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의 구조적 질 저하가 진행되고 있다”며 “산업별 전환기에 맞는 맞춤형 인력 수급 정책, 중소사업장 중심의 고용 활성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단순한 고용 규모 증가에만 주목하기보다, 고용의 질과 지속가능성, 노동 이동성 회복, 산업별 맞춤형 대응력을 중심에 둔 정책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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