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는 한국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전진기지였다. 그러나 그간 산업단지는 입주 규제와 업종 범위 제한, 생활·문화 기반시설 부족이라는 이중의 제약 속에 놓여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시행령·시행규칙·관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1월 입법예고했다. 핵심은 첨단·신산업의 입주 확대와 규제 개선, 그리고 공장의 부대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문화·편의시설 확충에 있다.
먼저 산업단지의 입주 허용 업종 범위 확대가 눈에 띈다. 기존에는 산업단지와 지식산업센터의 산업시설구역에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등 한정된 업종만 입주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지식·정보통신산업의 범위를 78개에서 95개로 크게 늘리고, 첨단업종도 기존 85개에서 92개로 확대했다. 이 확대는 신산업의 빠른 변화와 새로운 기술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산업단지 내 신산업 입주 촉진과 지식산업센터 공실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의 또 다른 축은 제조업체의 부수 업무와 연계된 공사업 입주 허용이다. 현재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 공사업은 산업단지 내 입주가 금지돼, 제조사가 제품을 생산하면서 직접 시공·설치를 하려면 별도 사무실을 산업단지 밖에 마련해야 했다. 개정안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을 설치·시공하는 공사업도 산업단지 내에서 등록과 운영을 허용하도록 개선해, 기업 부담을 크게 낮출 전망이다.
산업단지가 삶과 일상 공간으로 진화할 여지도 넓어진다. 현재 산업단지 공장의 부대시설로 설치된 문화·체육 시설은 해당 공장의 종업원만 이용 가능했으나, 개정안은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적 등으로 문화·체육 시설을 인근 기업 근로자나 지역주민에게 무료 개방하는 경우에도 부대시설로 인정하도록 허용한다. 산업단지가 단지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생활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 내 녹지구역 및 폐기물매립부지에 대해서도 활용 범위를 넓혔다. 종전에는 문화·체육시설과 신재생에너지시설 설치가 제한됐으나, 앞으로는 공원녹지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문화·체육시설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산업단지의 휴게·커뮤니티 공간 확충 및 친환경 에너지 도입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자와 지역 주민의 일상 편의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공장 내부에 카페·편의점 등 생활 편의시설을 건축물 용도변경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해, 근로 환경의 질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조 현장의 단순한 물리적 편의 제공을 넘어서, 산업단지 내에서 생활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또한 산업단지 외부에 소재한 지식산업센터의 지원시설에 오피스텔 설치를 허용함으로써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노동자와 기술 인력의 주거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업들이 지역 인재를 유치하고 정주 여건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행정 절차 면에서도 신고 및 확인 방식에 변화가 있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각종 신고서류를 SNS 등 전자통지로 송달할 수 있게 하고, 비제조업의 사업개시 신고는 비대면 영상 확인으로도 가능토록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의 시간적·행정적 부담을 줄였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산업단지를 첨단·신산업의 성장 거점으로 재편하는 한편, 근로자·지역주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산업부는 입지규제 완화가 투자 활성화와 산단 활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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