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대한민국 인구 구조의 분기점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천51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인구의 20.3 %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하는 것이다.
이는 2006년 일본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을 때보다 7년 이상 빠른 속도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매년 30만 명 이상 감소하는 '인구 절벽'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산업계는 외국인력 도입을 단순한 '빈 일자리 채우기'가 아닌 '국가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값싼 노동력' 포기... '인재 확보'로 정책 대전환
산업연구원 보고서와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종합하면, 일본은 이미 외국인력 정책의 패러다임을 '단기 순환'에서 '장기 정착'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2024년 통과된 '육성취업지원법'이다. 일본은 30년 넘게 유지해 온 '기능실습제도'를 2027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 제도가 저임금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실질적인 '숙련 인력'으로 키워 정주시키겠다는 의도다.
새로운 '육성취업' 제도는 외국인이 3년간 기본 기술을 익히면, 사실상 무기한 체류가 가능한 '특정기능(Specified Skilled Worker)'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실제로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숙련직에 해당하는 특정기능 외국인은 제도 도입 5년 만인 2024년 2월 기준 20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기회카드' 도입... 글로벌 인재 유치전 가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역시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24년 6월부터 '기회카드(Chancenkarte)' 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학위나 자격증, 어학 능력, 나이 등을 점수로 환산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독일 내에 확정된 일자리가 없어도 입국해 1년간 구직 활동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취업이 확정된 뒤에야 비자를 내주던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숙련공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 E-9 쿼터 16만 5천 명 '역대 최대'지만... 질적 고민 부족
한국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고용허가제(E-9) 비자 쿼터를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 5천 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숫자는 늘었지만, 숙련도는 여전히 제자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력 정책은 비전문 취업비자(E-9)로 들어와 최대 4년 10개월간 일하고 돌아가는 단기 순환 원칙이 기본이다.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롭고 전환 규모도 산업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조업을 넘어 돌봄·요양 등 서비스업 인력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획일적인 비자 체계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독일의 사례처럼 ▲숙련 단계별 명확한 비자 사다리 구축 ▲이민청 설립을 통한 컨트롤타워 일원화 ▲지방 소멸과 연계한 지역 특화형 비자 확대 등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보고서를 통해 "단순히 인력의 양적 확대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외국인력이 우리 산업 생태계 내에서 숙련을 쌓고 생산성을 높이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c)산업종합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