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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기술 탈취… ‘협력 뒤 배제’ 구조 고착

인프라 무기화와 사법적 고문… “구조적 대책 시급”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의 행태가 산업계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 협력을 제안하며 핵심 정보를 확보한 뒤 계약을 파기하고 유사 사업에 진출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술 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에서 4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의 기술 유용 실태를 폭로했다. 공익 재단법인 경청과 김종민·송재봉 의원이 공동 주최한 간담회에서 피해 기업들은 정부의 근절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장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복되는 기술 탈취… ‘협력 뒤 배제’ 구조 고착 - 산업종합저널 전자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술 침해는 299 건 발생했으며 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18억 2,000만 원에 달한다. 기술 유출 범죄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45.5 % 증가했으나, 피해 기업이 소송에서 승소해 손해를 인정받는 비율은 17.5 % 에 불과한 실정이다.

협력 제안이 탈취 통로로… 반복되는 4단계 패턴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협력 제안, 정보 제공, 계약 결렬, 유사 사업 진출로 이어지는 공통된 피해 과정을 증언했다.

엔이씨파워는 SK에코플랜트가 소각로 효율화 솔루션 기술검증(PoC)을 제안해 핵심 로직과 도면을 제공했으나, SK 측이 경영 상태를 이유로 계약을 거절한 뒤 유사 솔루션을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씨지아이는 한화솔루션이 경영권 인수(M&A) 실사를 통해 300여 개 항목의 영업비밀을 받아간 후, 협상을 결렬시키고 신규 법인을 세워 동일 제품 양산에 나섰다고 밝혔다.

플랫폼 스타트업 티오더는 KT와 사업 협의 과정에서 영업 전략과 기술 구조를 공유했으나 KT가 일방적으로 협력을 중단하고 유사 서비스 하이오더를 출시했다고 폭로했다. 죽염 용융로 기술을 보유한 씨디에스글로벌은 인산가가 납품받은 도면으로 특허를 무단 등록해 8년째 소송을 이어가고 있으며, 창업주는 소송 도중 별세했다.

대기업이 보유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생존을 압박하는 정황도 드러났다. 티오더는 KT가 인터넷 회선 운영권을 활용해 자사 솔루션의 접속을 제한하는 등 경쟁 배제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씨지아이 측은 대기업이 대형 로펌을 앞세워 소송을 장기화하는 사법적 고문 전략으로 중소기업의 고사(枯死)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과 피해 기업들은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우선 AI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처리 로직 등 무형 기술에 대한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피해 기업이 기술 유사성을 입증할 경우 대기업이 독자 개발 과정을 소명하도록 하는 입증 책임 전환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기술 탈취로 적발된 대기업에 대해 국책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행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단법인 경청 관계자는 기술을 만드는 기업보다 가져가는 기업이 이득을 보는 구조가 고착됐다며 사법부의 신속한 판단을 돕는 패스트트랙 도입과 소송 비용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보영 기자
cchby@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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