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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도는 팹에 ‘절전’ 청구서… 반도체 업계, 선제 대응 카드 꺼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중동발 위기에 절감 입장문… 요금 인상·정책 압박 의식한 선제 대응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국내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24시간 멈출 수 없는 청정실(Clean Room)과 공조 설비를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업계가 ‘에너지 절감’이라는 딜레마를 마주했다. 정부의 범국민 절약 캠페인이 산업계로 향하자, 전력 다소비 업종인 반도체 진영이 선제적으로 입장을 내고 에너지 절감에 나섰다.

24시간 도는 팹에 ‘절전’ 청구서… 반도체 업계, 선제 대응 카드 꺼냈다 - 산업종합저널 전자
시각화=산업종합저널(AI 활용)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는 8일 에너지 절감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주체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실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협회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실천 요청에 공감한다”며 “정부 정책에 발맞춰 에너지 절감 조치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가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문까지 내놓은 배경에는 복합적인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팹(Fab)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정부가 산업계 전반에 전력 사용 축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킬 경우, 국가적 위기를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나아가 향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나 전력 사용 제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자발적으로 절감 노력을 해왔다는 명분 확보 측면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표도 제시했다. 시차출퇴근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교통 수요를 분산하고, 사무공간의 점심시간 및 퇴근 후 소등을 강화해 불요불급한 전기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는 캠페인도 함께 진행한다. 핵심은 생산 현장이다. 생산·연구개발(R&D) 시설 내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공정 효율화를 통해 전력 누수를 막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과 직결된 생산 라인의 안정성이다. 반도체 공정은 순간적인 전압 강하나 설비 이상만으로도 대량 불량이 발생해 수백억 원대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전력 품질과 설비 가동의 연속성이 절대적이다. 생산에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에너지를 줄여야 하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반도체 업계의 절전 동참은 전력 절감은 물론, 향후 에너지 비용과 정책 변수를 감안한 대응 성격도 함께 지닌다. 산업의 핏줄인 전력을 두고, 효율과 생존 사이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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