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윙배너

많이 팔아도 덜 남는다…韓 자동차, ‘수익성 방어’ 시험대

1분기 수출 대수 3.5% 늘었지만 금액 역주행…중동 충격·친환경 전환이 변수로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서는 수출용 차량을 실은 선박이 잇따라 드나든다. 겉으로 보기엔 호황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가 들여다보는 숫자 속 사정은 조금 다르다. 수출·내수·생산이 동시에 늘었는데도 현장에서는 “예전만큼 남지 않는다”는 말이 반복된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수요 구조가 한국 자동차 산업을 ‘수익성 방어’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많이 팔아도 덜 남는다…韓 자동차, ‘수익성 방어’ 시험대 - 산업종합저널 부품
디자인 기획=산업종합저널(일부 AI 활용)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수출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그럼에도 수출액은 0.2% 줄었다. 대수는 더 나갔는데, 매출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3월 수출액만 놓고 보면 63억7,000만 달러로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지만, 대당 단가에 대한 압박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환율 흐름과 함께 글로벌 딜러망의 가격 인하 요구, 홍해 사태 이후 우회 항로 탓에 불어난 물류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익성 둔화를 부르는 배경에는 지역별 실적의 극단적인 온도차가 있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HEV) 수요가 폭발하면서 1분기 수출액이 14.2% 늘었다. 특히 3월 기준 전체 하이브리드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79% 급증해 역대 2위 수출 실적을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중동과 아시아 수출은 각각 21.3%, 38.9% 감소했다. 그동안 물량과 마진을 함께 떠받쳐온 시장이 지정학 갈등과 운임 불확실성에 흔들리면서, 전체 수출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무너지는 양상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동력원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3월 내수 판매는 16만5,000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보다 10.2% 늘었다. 이 가운데 전기차(EV)를 포함한 친환경차는 9만8,000대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등록된 신차 10대 중 6대 가까이가 친환경차라는 뜻이다. 내연기관이 당연한 기본값이던 내수 시장이 친환경차를 중심축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숫자상 ‘안정 국면’이다. 3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같은 달보다 4.5% 증가한 38만7,000대를 기록했다. 1분기 전체 생산량은 102만6,000대로 집계돼, 4년 연속 1분기 100만 대를 넘겼다. 반도체 수급난이 정점을 지나고, 부품 공급망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로 올라온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생산 증가율이 수출·내수 증가 폭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 업체들이 추가 설비 투자보다는 라인 효율과 수익성 관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가 읽힌다.

과제는 앞으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해상 물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정 지역·항로에 치우친 부품·완성차 공급망을 어떻게 다변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전동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고부가가치 모델 위주로 재편하지 못하면, 전체 수출 물량이 늘어도 ‘박리다매’ 구조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잣대는 “몇 대를 만들었느냐”에서 “어느 시장에서, 어떤 차로 마진을 확보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산업부가 중동 전쟁과 공급망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며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친환경차 호조라는 기회를 살리면서, 지역별 리스크와 수익성 하락 압박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2026년 이후 완성차·부품 업체들의 성적표를 가를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0 / 1000


많이 본 뉴스

연구실서 배송망까지 밸류체인 하나로 묶었다… 'ICPI WEEK 2025'

대한민국 제조 생태계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거대한 융복합 지식 플랫폼이 막을 올렸다. 22일 고양 킨텍스에서 화려하게 개막한 ICPI WEEK 2025 행사는 제약과 바이오, 화장품 개발 출발선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물류 배송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주기를 관통하는 최첨단 솔루션을 한자리에 쏟아

공정위, 안전 비용 전가한 포스코이앤씨 등 4개사 검찰 고발 가닥

2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사무처가 하도급 업체에 산업안전 비용과 책임을 떠넘긴 포스코이앤씨, 케이알산업, 다산건설엔지니어링, 엔씨건설 등 4개 건설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브리핑을 통해 원사업자가 안전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하도급 업

ASM, ‘세미콘 코리아 2026’ 참가… 미래 반도체 인재 잡는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ASM이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다. ASM은 11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미콘 코리아 2026’에 참가해 채용 설명회와 현직 엔지니어 멘토링 등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부스 2층 통

[산업View] AI 농업로봇·자율주행 농기계 총집결… '2025 익산농업기계박람회' 4일 개막

AI(인공지능) 기반 농업 로봇과 자율주행 농기계 등 미래 농업 기술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2025 익산농업기계박람회'가 4일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일원에서 막을 올렸다. 7일까지 나흘간(7일은 오후 3시까지) 열리는 박람회는 농업인과 생산업체가 교류하며 미래 농업의 비

"숨겨진 땀방울이 통계로"… 전시산업, 매출 17조 '진짜 몸집' 찾았다

화려한 무대 뒤, 조명을 매달고 짐을 나르는 이들의 노동은 그동안 '숫자' 밖의 영역이었다. 전시장 운영자와 주최자 등 일부만을 산업의 주체로 기록해온 낡은 셈법 탓이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이하 진흥회)가 이 보이지 않던 가치를 공식 통계로 소환하며 전시산업의 '진짜 몸집'을 드러냈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