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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수급 불안이 앞당긴 탈플라스틱… ‘분리배출’에서 ‘원료 구조’로 무게 이동

기후부, 신재 100만 t 감축·재생원료 가격보전 포함한 순환경제 전환안 보고

중동 전쟁 장기화로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원유 나프타를 거의 전량 수입하면서도 수명이 짧은 포장재가 플라스틱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가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신규 플라스틱 원료 100만 t을 줄이고 폐자원 200만 t을 재생원료로 전환하는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나프타 수급 불안이 앞당긴 탈플라스틱… ‘분리배출’에서 ‘원료 구조’로 무게 이동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김고응 자원순환국장(e-브리핑 영상 캡쳐)

김고응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플라스틱 문제를 더 이상 분리배출 캠페인 수준에 둘 수 없다”며 “원유·나프타 수입 의존을 낮추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원천 감량과 재생원료 확대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구상은 생활 속 분리배출보다 생산 단계에서의 재질·원료 선택을 겨냥한다는 점이 이전 대책과 다르다. 기후부는 2012년 이후 킬로그램(kg)당 150원으로 묶여 있던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을 제품 수명·용도·수출 여부에 따라 나누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일회용품과 장수명 제품, 내수와 수출용에 똑같은 부담금을 매기던 방식을 바꿔, 신재를 많이 쓸수록 추가 비용이 붙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포장재·용기뿐 아니라 전자제품·의류까지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성을 반영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도 확대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포장재는 유통 자체를 제한하고, 분해·분리·재사용이 쉬운 구조를 기본 기준으로 삼는 방향이다.

재생원료 가격 문제는 정책의 최대 난제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는 세척·선별 등 추가 공정이 필요해 재생재가 오히려 신재보다 비싸지만,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은 저부가 제품 위주로만 쓰이며 재활용 단가가 낮다. 정부는 향후 PE·PP에도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부과해 고품질 재활용 시장을 키우되,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신재와의 가격 차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분담금 예비비로 일부 메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국장은 “재생원료가 더 비싼 구간에서도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가격 신호를 보정해 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재를 값싼 대체재가 아니라 ‘비용을 들여서라도 써야 하는 원료’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종량제봉투에 재생 플라스틱을 섞어 쓸 때 품질이 떨어진다는 현장 지적에 대해서는, 플라스틱 종류별로 물성 기준을 정해 인증하는 재생원료 품질인증제를 도입해 시장 불신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의류 분야에서는 ‘경찰복’이 첫 시험대가 된다. 올 11월 디자인 전면 개편으로 한꺼번에 쏟아질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단추·지퍼 등 이물질과 복합 섬유 구조를 가진 작업복을 다시 섬유 원료로 돌릴 수 있는지 기술 수준을 점검한 뒤, 장기적으로는 의류 전반에 생산자책임재활용(EPR)을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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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위한 생성형 AI 이미지

다회용기 정책도 속도를 높인다. 전국 1,075개 장례식장 가운데 30곳 공공시설에서 이미 도입한 다회용기를 민간 장례식장으로 넓히기 위해 국고 157억 원을 편성했다. 스포츠경기장, 정부세종청사 등 인원이 많이 모이는 시설도 일회용기 사용 억제 대상에 포함된다.

카페·커피전문점에는 텀블러 할인제를 탄소중립포인트제와 연계하는 방식의 자발적 협약을 확대한다. 당장은 본사·가맹점의 자율 참여를 우선하되, 향후 참여 실적과 효과에 따라 재정 지원이나 인센티브 확대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대책이지만, 속으로는 나프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산업 정책의 성격이 짙다.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을 늘려 기초 원료 수요를 일부 대체함으로써 ‘제2의 나프타 쇼크’를 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김고응 국장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원천 감량과 재생원료 사용 확대는 환경 보호를 넘어 자원 수급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정책이 분리배출률과 재활용 통계에서, 원료 선택과 가격 구조, 품질 확보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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