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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유가 쇼크, 물가에 1.6%p 더 얹는다

“운송 불확실성 커지면 근원물가까지 흔들릴 수 있어”

중동발 유가 쇼크, 물가에 1.6%p 더 얹는다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마창석 연구위원(브리핑영상 캡처 이미지)

11일 오전 세종 정부청사 재정경제부 브리핑실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창석 연구위원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현안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마 연구위원은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이 1970년대 오일쇼크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1.6%포인트(p)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마 연구위원은 “이번 유가 급등은 경기 회복이나 OPEC 감산 같은 통상적인 수급 요인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운송이 물리적으로 차단된 데 따른 충격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운송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물가에 미치는 충격도 과거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전 세계 주요 신문 기사에서 에너지 공급망, 지정학적 리스크, 물류 차질 관련 키워드 출현 빈도를 집계해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 지수’를 산출했다. 이 지수는 3월 기준 장기 평균(100)의 8.5배 수준인 약 850까지 뛰어 1970~80년대 오일쇼크 시기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회귀모형을 통해 국제유가 변동을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 요인’과 ‘그 외 요인’으로 분해한 뒤, 각각이 국내 석유류 가격·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 추정했다. 분석 결과 두바이유 가격이 10%포인트 상승할 때, 운송 불확실성에 기인한 경우 국내 석유류 가격은 2.69%포인트 오르는 반면, 경기 회복·감산 등 일반적 요인에 따른 상승분은 2.00%포인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유가 충격이더라도 운송 불안이 끼어 있으면 석유류 가격 반응이 약 30% 더 커지는 셈이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영향도 차이가 컸다. 두바이유가 10%포인트 오를 때 운송 불확실성 요인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분은 0.20%포인트로, 통상적 요인(0.11%포인트)의 두 배 수준으로 추정됐다. 통상적인 유가 상승이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과 달리,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은 근원물가도 0.10%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 연구위원은 “운송 불확실성은 휘발유·경유 가격을 넘어 공업제품과 서비스 등 비석유류 품목의 비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발 유가 쇼크, 물가에 1.6%p 더 얹는다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AI 활용해 제작한 그래픽

KDI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세 가지 유가 시나리오를 설정해 향후 물가 흐름을 가늠했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두바이유가 2분기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한 뒤 3·4분기 90·87달러로 완만히 하락하는 경로를 가정했고,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4월 평균 수준인 105달러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상정했다. 유가 안정 시나리오에서는 2~4분기 95·85·80달러로 비교적 빠르게 안정되는 경로를 적용했다.

시나리오별 추정 결과,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은 2026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소 1.0%포인트에서 최대 1.6%포인트까지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소비자물가에 대한 기여도가 2026년 1.2%포인트, 2027년 0.9%포인트로 추정됐고, 고유가 장기화 시에는 2026년 1.6%포인트, 2027년 1.8%포인트까지 확대돼 고물가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유가 안정 시나리오에서는 2027년부터 유가발 물가 불안이 상당 부분 완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근원물가에 대한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더 도드라졌다. 마 연구위원은 “유가 변화가 근원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초기에는 작지만, 가격 조정이 경직적인 특성 때문에 지속성이 더 클 수 있다”며 “고유가가 오래 갈 경우 2027년 근원물가에도 적지 않은 상방 압력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번 분석에는 석유 최고가격제나 유류세 인하 같은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이 반영되지 않아, 실제 물가 상승폭은 추정치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I의 중동전쟁 대응 TF는 앞서 발표한 긴급 현안자료에서 석유 최고가격제가 3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0.8%포인트 낮췄고, 4월 유류세 인하 폭 확대는 추가로 0.2%포인트 하락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마 연구위원은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는 향후 근원물가에도 간접적인 하향 효과를 줄 수 있다”면서도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 비용을 함께 따져 연착륙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 상승 요인에 따라 물가 파급력과 지속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을 짤 필요가 있다”며 “중동 전쟁 전개 양상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한 만큼,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재정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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