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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에서 'AI·데이터'로 권력 이동… 'KOBA 2026' 코엑스서 개막

클라우드·IP 기반 차세대 스튜디오 기술 전면 배치

1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 입구. 사전 등록 QR코드를 손에 쥔 참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이, 전시장 안에서는 카메라와 모니터를 직접 조작해보려는 관람객들로 주요 부스가 빠르게 채워졌다. 제34회 국제 방송·미디어·음향·조명 전시회(KOBA 2026)가 문을 열며, 방송·미디어 산업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AI와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체감하게 했다.

하드웨어에서 'AI·데이터'로 권력 이동… 'KOBA 2026' 코엑스서 개막 - 산업종합저널 부품
한국방송기술인협회 장익선 회장(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앞줄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앞줄 세번째), 한국 이엔엑스 김정조 사장(앞줄 네번째)을 비롯한 KOBA 2026 내빈들이 참가기업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카메라 렌즈의 해상도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자리를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데이터가 채우고 있다. 물리적 장비의 성능을 겨루던 방송 산업의 경쟁 구도가 소프트웨어 기반 제작 공정과 네트워크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한 방송사 기술팀 관계자는 “이전에는 ‘어떤 카메라를 쓰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IP·클라우드 환경에서 전체 시스템을 어떻게 통합하느냐’를 보러 KOBA에 온다”고 말했다.

한국이앤엑스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KOBA 2026은 오는 15일까지 나흘간 코엑스 B·C·D홀과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다. 국내외 220여 개 기업이 1,000여 부스 규모로 참가해 방송·미디어·음향·조명 분야의 최신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인다. 주최 측은 지난해에 이어 4만 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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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에서 시스템으로… IP·클라우드가 주도하는 스튜디오
전시장은 카메라·콘솔·마이크 등 개별 장비를 나열하던 과거와 달리, 스튜디오 전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시스템 구성이 전면에 배치된 모습이다. 4K·8K 고해상도 카메라와 함께 IP방송, 원격 제작(Remote Production), 클라우드 기반 송출 시스템을 묶어 보여주는 부스가 관람객의 발길을 끈다. 글로벌 영상 장비 업체와 국내 방송장비 기업들은 카메라·스위처·서버를 인터넷 프로토콜(IP) 네트워크로 연결해, 한 개의 통합 플랫폼에서 신호를 관리·제어하는 구조를 강조한다.

전시회에 참가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이제 방송사는 장비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IP·클라우드 인프라 위에 어떤 워크플로를 올릴지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며 “전시에서도 개별 제품보다 전체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부스에서는 다수의 카메라와 오디오 장비를 네트워크 스위치로 묶어, 한 콘솔에서 모니터링·제어하는 시연이 이어졌다.

AI, 창작의 보조에서 공정의 핵심으로
올해 KOBA의 캐치프레이즈는 “AI가 깨우는 미디어 시대; 콘텐츠가 연결되고, 창작이 진화하고, 융합이 열린다”다. 전시장과 컨퍼런스 곳곳에는 영상·음향·그래픽 제작 공정을 자동화하는 AI 기술이 전면에 등장했다. AI 기반 영상 편집·효과 적용 솔루션, 음성 인식과 자동 자막 생성, 다국어 번역 시스템 등이 실제 제작 환경을 가정한 형태로 시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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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 ‘AI+미디어 콘텐츠 제작관’에서는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및 편집, 후반 작업 효율화를 내세운 솔루션들이 집약적으로 소개된다. 한 영상 솔루션 업체는 “예전에는 AI가 특정 기능을 돕는 ‘플러그인’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기획부터 편집·송출까지 전 과정에 걸쳐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각특수효과(VFX), 확장현실(XR) 스튜디오 역시 AI 기술과 결합해 가상세트 구현, 실시간 합성 등 제작 현장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관람에서 체험으로… 크리에이터와 관람객이 만나는 장
올해 KOBA는 단순 관람형 전시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와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KOBA 스테이지’에서는 K-팝 라이브 콘텐츠로 알려진 유튜브 방송 ‘잇츠라이브’ 등 다양한 공연과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관람객들이 실제 촬영·음향 환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콘텐츠 아레나’는 크리에이터 라운지, 라이브 스튜디오, 크리에이터 허브, AI+미디어 콘텐츠 제작관, 미디어아트 ‘PLAYGROUND’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체험 공간이다. 크리에이터 라운지는 1인 미디어 종사자와 인플루언서들의 네트워킹과 협업을 지원하는 라운지로 운영된다. 라이브 스튜디오에서는 섭외된 스트리머와 인플루언서들이 실제 장비를 활용해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은 촬영·조명·음향 세팅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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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PLAYGROUND’는 관람객이 직접 화면과 센서를 조작해 시각·청각 효과를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공간이다. 한 대학 영상 관련 학과 학생은 “교과서로만 보던 XR·인터랙티브 설치를 직접 만져보니까, 기술이 콘텐츠로 구현되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비 경쟁 넘어 데이터·워크플로가 승부처”
1991년 방송 장비 산업 육성을 목표로 첫선을 보인 KOBA는 2000년대 디지털 전환, 2010년대 1인 미디어 시대를 거쳐, 2020년대에는 VFX·XR·OTT·AI 등 기술 변화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왔다. 올해 전시장은 특히 클라우드와 IP, AI를 중심으로 방송·미디어·음향·조명 워크플로를 다시 설계하려는 업계의 고민이 집약된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방송 관계자는 “그동안 KOBA는 ‘새 장비 보러 오는 곳’이었는데, 올해는 ‘향후 5년간 스튜디오를 어떤 구조로 가져갈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자리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방송·미디어 업계에서 경쟁력의 기준이 개별 장비의 스펙을 넘어,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전체 시스템 설계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KOBA 2026 전시장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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