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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깜깜이 관리비’에서 이름 붙은 돈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시행령 개정 시행(5. 12.)에 부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이 바뀌면서 12일부터 상가 임차인은 자신이 매달 내는 관리비가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법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핵심은 명확하다. 관리비를 내라는 말 앞에서 임차인이 더는 봉투 속을 보지 못한 채 돈을 건네지 않게 만드는 제도라는 점이다.

개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12일 시행됐고, 이제 이 날 이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되는 상가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은 관리비 내역을 요청할 권리를, 임대인은 이에 응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데스크칼럼] 깜깜이 관리비’에서 이름 붙은 돈으로 - 산업종합저널 FA
ⓒ산업종합저널 (AI 생성 이미지)

상가 관리비는 오랫동안 임대료의 그림자였다. 월세와 보증금은 계약서에 또렷한 숫자로 남았지만, 관리비는 달랐다. ‘공용관리비’ 다섯 글자 뒤에 청소비인지, 경비비인지, 전기료인지 알 수 없는 돈이 묻혔다. 장사가 안 되는 달에도 관리비 고지서는 꼬박 도착했고, 상인은 가게 불을 켜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냈다. 문제는 돈이 쓰인 곳보다, 그 돈을 따져 물을 권리 자체가 법적으로 약했다는 점이다.

상가임대차법은 그동안 계약갱신 때 차임과 보증금을 연 5% 이내에서만 올리도록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 상한은 어디까지나 월세와 보증금에만 적용됐다. 관리비에 대해서는 상가임대차법도 민법도 증액 제한이나 내역 공개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 빈틈이 차임 인상 규제를 피해 관리비를 과도하게 올리는 ‘깜깜이 관리비’ 관행을 낳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와 내용을 보면, 임대료와 더불어 과도하거나 불분명한 관리비를 주요 부담으로 꼽는 소상공인이 적지 않다. 상가임대차 민원에서도 관리비 불투명·과다 청구는 늘 중요한 쟁점이었다. 일부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에서는 월세보다 많은 금액이 관리비 명목으로 청구된 사례, 관리비를 통해 사실상 임대료를 우회 인상한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반면 소규모 상가·집합 상가의 관리비 수준은 통계와 공개 자료가 부족해, 소상공인이 주로 영업하는 상권일수록 관리비가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 법은 이런 상황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법무부와 정부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이 관리비를 임대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경우, 관리비 내역 제공을 요청할 권리를 신설했고 임대인에게는 이에 응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 규정은 5월 12일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계약부터 적용된다.

시행령은 관리비 내역을 14개 항목으로 쪼갰다.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 유지비, 냉난방비 및 급탕비, 수선유지비, 위탁관리수수료, 전기료, 수도료, 가스사용료, 정화조 오물 수수료, 폐기물 수수료, 건물 전체 보험료다. 임대인은 항목별 금액을 제시해야 하고, 임차인은 자신이 낸 관리비가 어떤 항목에 얼마나 쓰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임차인 1인의 월 관리비가 10만 원 미만인 상가에서는 항목별 금액 대신 어떤 항목이 포함됐는지만 알리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 영세 임대인의 행정 부담을 줄이면서 최소한의 정보는 열어두려는 절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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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종합저널 (AI 생성 이미지)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관리비 세부 항목을 반영해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고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제 관리비 부과 항목과 산정 기준은 계약 체결 단계부터 계약서에 드러난다. 분쟁이 터진 뒤에 장부를 뒤져보는 대신, 계약서에서부터 비용 구조를 합의하는 방향으로 상가 임대차의 설계가 한 단계 이동한 셈이다.

이 제도를 단순히 “관리비 영수증을 보여주는 장치” 정도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본질은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일이다. 그동안 관리비 영역에서 임대인은 정보를 독점했고, 임차인은 내역을 모른 채 청구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제 임차인은 관리비 항목과 금액, 산출 근거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정당한 근거를 갖고 책정한 관리비라면, 근거가 드러나는 것이 오히려 분쟁을 예방하고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았다. 법률·정책 해설과 보도를 보면, 새 규정의 적용 범위가 모든 상가 임대차에 일률적으로 미치는지, 고가 상가나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의 경우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항목별 금액을 과도하게 계상해 사실상 임대료를 올리는 행위를 어떻게 막을지, 위반 시 어떤 제재 수단으로 이행을 담보할지도 숙제로 남았다. 관리비 적정 수준에 대한 기준과 분쟁조정의 전문성을 높이는 작업, 상가 규모·지역별 관리비 통계를 구축하는 과제 역시 뒤따라야 한다.

법무부는 이 제도 개선을 상가 임차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관리비 분쟁을 예방하는 민생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골목의 작은 가게들이 바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정도의 상식이다. 오늘부터 상가 임차인은 “내가 낸 관리비가 어디 갔냐”고 물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받았다. 이제 그 질문에 돌아올 대답이 얼마나 정직하고 구체적인지가, 상가 임대차 시장의 신뢰를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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