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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금은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국제 공조로 드러난 339억… 탈세의 마지막 피난처가 무너진다

국경은 더 이상 세금 앞에서 방패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바다 건너로 흘러가던 풍경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은 그 장면을 뒤집고 있다.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체납자들을 상대로 실제 돈을 되찾아 왔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데스크칼럼] 세금은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 산업종합저널 FA

국세청은 임광현 청장 취임 이후 약 9개월 동안 3개국과 공조해 339억 원의 체납세금을 환수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누적된 국제 징수공조 실적 대부분을 최근 단기간에 끌어냈다는 점을 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랫동안 ‘잡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해외 은닉 재산이 실제로 추적되고 압류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국내에서 세금을 체납했다고 해서 해외 재산을 곧바로 압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각국의 과세당국과 정보를 교환하고, 해당 국가가 대신 강제징수를 집행해야 한다. 말 그대로 설득과 협상의 연속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국세청 직원들이 외국 당국과 수차례 회의를 열고 압박을 이어간 끝에 체납자가 스스로 재산을 처분하고 세금을 납부한 경우도 있다. 이는 법적 강제력 못지않게 ‘심리적 압박’이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체납자의 유형이다. 흔히 대기업 총수나 재벌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해외로 이주한 내국인, 국내에서 소득을 올리고 떠난 외국인 선수, 다국적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까지 범위가 넓다. 특히 해외 여러 국가에 자산을 분산시켜 추적을 피하려던 사례가 제3국에서 적발된 장면은,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촘촘해진 정보망이 있다. 현재 한국은 100개가 넘는 국가와 금융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고 있다. 앞으로 가상자산과 해외 부동산 정보까지 정기적으로 공유되면, 은닉 자체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경을 넘으면 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국경을 넘을수록 흔적이 남는다’는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성과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해외 징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외국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변수도 크다. 일부 체납자는 여전히 복잡한 차명 구조를 통해 추적을 피하고 있다. 지금의 성과가 구조적인 해결이라기보다 ‘가능성의 증명’에 가깝다는 점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움직임이 주는 울림은 분명하다.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다수에게 국가는 최소한의 공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신호다. 세금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간 사람이 결국 책임을 지게 되는 장면은, 숫자 이상의 신뢰를 만든다. 법과 제도가 국경을 넘기 시작한 지금, 조세 정의는 더 이상 국내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어디까지 쫓아갈 수 있는가가 아니라, 끝까지 쫓아갈 의지가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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