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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권 향한 'K-조선 연합 함대' 출격… AI·동맹·상생으로 생태계 재편

대형사 독식 구조 넘어 3대 전략·7대 과제로 K-조선 대전환 시동

미국은 올해 2월 ‘해양행동계획(Maritime Action Plan)’을 내놓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앞세워 조선업 재건에 나섰고, 중국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신규 조선소 투자와 해운·조선 밀착 전략으로 ‘해양굴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 역시 10년간 1조 엔을 투입해 건조 역량을 두 배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 해상 교역량의 약 90%를 담당하는 선박 건조 시장이 이제 단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 간 해양 패권 다툼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패권 향한 'K-조선 연합 함대' 출격… AI·동맹·상생으로 생태계 재편 - 산업종합저널 부품
자료=산업통상부

한국 조선업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발주량이 2,020만CGT로 전년 동기(1,325만CGT) 대비 약 1.5배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그러나 경쟁국의 공격적인 설비 확장과 인건비 격차, 기술 추격으로 수주 경쟁은 한층 거세졌다. 20만 명에 달하던 조선산업 종사 인력은 10년 사이 크게 줄었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경쟁력 격차도 뚜렷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울산에서 대·중·소형 조선사, 기자재 업체, 협력사, 금융기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를 열고 조선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3대 추진 전략과 7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몇몇 대형 조선사의 수주 실적만으로는 글로벌 시장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문제 인식 아래, 정부·기업·노동자·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연합 함대’ 전략을 꺼내 든 셈이다.

물리적 야드에서 데이터로… AI 조선소 전환
첫 번째 축은 ‘본진 강화’다. 정부와 업계는 2030년까지 1조 원을 민관 합동으로 투자해 24시간 자율 운영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조선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설계 단계에서는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생산 과정에서는 로봇·설비를 피지컬 AI로 제어하며, 전체 공정은 최적화 플랫폼을 통해 통합 관리하는 구조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공정별 생산성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선종별 핵심 기술 개발도 병행된다. 정부는 5년간 최대 5,250억 원을 투입해 LNG 운반선, 암모니아선, 수소운반선, 액화 이산화탄소(CO₂) 운반선 등 7개 선종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7 Star-Ship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각 선종에 특화된 화물창 기술 개발과 함께, 그동안 소형선 위주로 실증이 진행됐던 LNG 화물창는 대형선(174K 이상)까지 확대 실증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전기추진선, 해상풍력지원선, 극지쇄빙선 등 친환경·특수 선박은 한국형 독자 모델 개발을 지원해 고부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자율운항 기술도 본진 강화의 한 축이다. 정부는 앞으로 7년간 최대 6,300억 원을 투입해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필수적인 실선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해사기구(IMO) 자율운항 4단계(Lv.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산업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 주관하고 조선·해운사 등 4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산업 수요를 반영하고, 개발 기술을 국제표준과 연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선제적으로 풀어갈 계획이다.

범용선은 동맹국으로, 고부가선은 국내로… 생산 거점 이원화
두 번째 축은 ‘시장 확대’다. 산업부는 인도, 베트남,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국 조선업 육성 의지가 강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K-Shipyard Alliance(조선 동맹)’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 기업이 이들 국가에 진출해 조선소 건설, 숙련 인력 양성, 생산성 진단 등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K-조선 기술을 이식받은 동맹 조선소들과 협력 관계를 맺는 구상이다.

이 동맹 네트워크에서는 가격 경쟁이 중요한 범용선박은 동맹국 조선소가 건조하고, 국내 조선소는 LNG·암모니아선 등 고부가선박과 기술 집약형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 설계와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고, 동맹국 조선소에서 조립·건조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생산 거점을 이원화해, 인건비와 설비 한계를 동시에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의 협력도 본격화된다. 지난해 8월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추진 동력이 생긴 MASGA(해양안보 및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정부는 미국 조선업 기반을 재건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우리 기업의 건조 일감과 기자재·설계 수출 기회를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최근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가 체결한 양해각서를 계기로 설립 예정인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통해 양국 간 정보를 공유하고 구체 협력 과제를 발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낙수효과 한계 넘는다… 1조 상생금융·인력·안전까지 패키지 지원
세 번째 축은 ‘상생 생태계’ 구축이다. 정부는 대형 조선사 수주 호황이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의 경영 안정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금융·인력·안전 분야를 묶은 패키지 지원에 나선다.

우선 자금 측면에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와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사는 조선 협력업체들을 위한 1조 원 규모 우대대출을 제공하는 ‘상생 무역금융 협약’을 체결했다. 중소형 조선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어려움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긴급 수요를 우선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재무지표뿐 아니라 사업성과 잠재력을 함께 평가하는 지원 체계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형사와 협력사가 같은 비율로 성과급을 나누는 ‘원–하청 동일 비율 성과급’ 기조도 이어갈 방침이다.

인력 수급도 큰 과제다. 대형 3사는 올해 직영 인력을 전년 대비 20% 이상 늘려 채용하고, 정부는 현장·전문 인력 교육 프로그램과 고령 퇴직자의 경험을 전수하는 ‘OJT 아카데미’ 등을 통해 2030년까지 1만5,000명의 전문·숙련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근로자의 자산 형성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광역이음 프로젝트’는 2026년부터 가동되고, 원청·협력사·정부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공동근로 복지기금’에 대한 정부 매칭 지원도 확대된다. 외국인력 쿼터는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조선업 별도 쿼터를 제조업 전체로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손질해 인력 수급의 유연성을 높이기로 했다.

작업 안전 분야에서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 조선소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유해가스 감지기, AI 기반 충돌방지 시스템 등 디지털 안전장비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협력업체 안전교육 시설을 확충해,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400여 년 전 한산도대첩 승리의 비결처럼, 글로벌 수주 경쟁 속에서 K-조선도 견고한 본진과 혁신적인 전략, 든든한 전비태세를 갖춰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의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생태계’ 간 경쟁인 만큼, 정부·기업·노동자·금융기관이 하나의 연합 함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오늘 제시한 과제를 속도감 있게 이행해 K-조선의 더 큰 미래를 여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선박 건조의 무게중심이 노동 집약적 조립에서 데이터 기반 제어와 글로벌 분업 구조로 옮겨가는 가운데, 개별 대형사의 수주 실적만으로는 다변화하는 규제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K-조선 연합 함대’ 구상이 실제로 본진(국내 조선소)과 해외 동맹, 중소 협력사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단위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K-조선 미래를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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