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골목상권과 소규모 제조 현장에는 여전히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 조사에서 서울 소상공인의 67.3%는 AI를 활용해 본 경험이 없고 도입 계획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이 개별적으로 AI를 도입·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는 26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소규모 기업 AI 전환 방안 컨퍼런스’를 열고, 서울 특화형 도시형 소공인·소상인 등 소규모 기업의 AI 전환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기업 현장과 AI 기업, 학계·연구계,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소규모 기업의 AI 전환 전략과 정책 지원 방향을 공유했다.
거대 시스템 아닌 ‘디지털 직원’으로 접근해야
참석자들은 소규모 기업의 AI 도입이 대규모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을 줄이는 실질적인 개선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수 서울 중남부AI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소규모 기업에 AI를 “거대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가장 일 잘하는 디지털 직원”에 비유했다. 그는 직원 한 명의 업무 시간을 30분 줄여주는 수준의 ‘작은 성공(Quick Win)’부터 시작해야 현장의 부담과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아라 명지대학교 AI이커머스학과 주임교수는 전자상거래 시장 사례를 들어, AI를 잘 활용하는 사업자들의 공통점으로 “자신의 일에서 가장 불편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실험한다”는 점을 꼽았다. 고 교수는 AI 이커머스 경쟁력이 거대 자본보다 ‘작은 불편’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제조업, 공정 자동화보다 설계·최적화 AI가 먼저
소규모 제조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동일한 방식의 공정 자동화 중심 AI 도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용섭 서울특별시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소규모 제조 현장에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공정 전체 자동화보다, 주문형 설계와 공정 최적화를 지원하는 AI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공장 내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기술 인프라 지원, 사내 전문 인력 양성과 외부 전문가 매칭을 통한 현장 기술 내재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별 지원 한계… 협동조합이 데이터·AI 허브 역할
컨퍼런스에서는 개별 기업 단위 지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방식의 AI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업종 내 공통 수요를 모으고 데이터를 표준화할 수 있는 조직이 협동조합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은 소기업·소공인의 생산 공정 지능화·자동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종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협동조합이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AI 지원사업의 방향도 개별 기업 위주에서 소공인·소규모 제조업 맞춤형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은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공통 수요를 집적하고, 업종별 데이터 표준화를 통해 맞춤형 AI를 공동 도입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협동조합이 공통 수요의 공동사업화, 업종 기반 데이터 표준화와 업종 맞춤형 AI 공동 도입, 도입 이후 운영·확산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동조합을 업종별 AI 전환 거점으로 지정하고 업종별 AI 공동 개발과 확산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컨퍼런스에선 소규모 기업의 AI 전환이 단순한 기술 보급을 넘어, 지역 경제와 영세 사업자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참석자들은 개별 기업의 분산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AI 인프라 공유와 업종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