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르자, 디스플레이 패널을 밝히는 발광재료 시장에서 3억7,000만 달러 규모의 수요가 사라졌다. 반면 미국의 알루미늄·구리 50% 관세 등 거센 통상 압박 속에서도 국내 제련소는 구리 스크랩 처리량을 170% 늘리며 원료 자립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전방 산업의 원가 변동성과 글로벌 무역 장벽이라는 대외 변수 앞에서, 한국 소재 산업이 겪는 연쇄 파장과 대응 전략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세트 원가 상승의 나비효과, 발광재료 시장 둔화로 직결
첨단 소모성 소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발광재료 시장은 전방 세트 업체의 원가 구조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아몰레드(AMOLED) 발광재료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OLED 패널 업체의 발광재료 구매액 전망치는 1분기 29억1,000만 달러에서 25억4,000만 달러로 조정됐다. 3억7,000만 달러, 비율로는 12.8% 줄어든 수치다.
발광재료는 패널 생산량과 가동률에 직접 연동되는 핵심 소모품이다. 시장 축소의 근본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세트 제품 제조 원가가 상승했고, 스마트폰 판매량 둔화와 OLED 패널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 전방 산업의 원가 부담이 후방 소재 시장의 수요 둔화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연쇄 반응이 나타난 셈이다.
다만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충격의 강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의존도가 높은 중국 패널 업체들은 세트 수요 둔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아 발광재료 구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한국 패널 업체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 TV용 대형 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덕분에 생산량 감소 폭을 상대적으로 줄이며 소재 구매 규모를 방어할 것으로 분석된다.
90년 맞은 비철금속, 공정 최적화로 공급망 뚫다
첨단 소재가 전방 산업 변수에 흔들리는 사이, 1936년 첫 구리 제련 이후 90년을 맞은 전통 기초 소재 산업은 공정 혁신을 통해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일 울산 엘에스엠앤엠(LSMnM) 온산제련소에서 ‘제19회 비철금속의 날’ 기념식을 열고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한 비철금속 산업인들을 포상했다. 행사 형식보다 눈에 띄는 지점은 현장에서 나온 구체적인 공정 혁신 사례들이다.
LSMnM 조인래 팀장은 설비 개선과 공정 최적화를 통해 동정광 및 구리 스크랩 제련량을 170% 증대시키고, 구리 불순물을 제거하는 산화 조업 시간을 30분 단축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구산업 류명섭 부장은 자원관리(ERP)와 설비제어(MES)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공정 실시간 모니터링과 설비 가동률 관리, 품질 추적 기능을 강화해 시간당 생산량을 11% 늘리고 공정 불량률을 30% 줄인 성과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내부 데이터 제어와 폐기물 재자원화를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한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도 비철금속 산업 고도화를 위한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공공 비축물량 확대와 원료 수급 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안정, 수요 산업과 연계한 특수 합금·고순도 희소금속 등 고부가가치 소재 및 재자원화 기술 개발, 통상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정책 의지를 밝혔다.
소재 산업 생존 전략, ‘물량’에서 ‘구조’로
이번 두 시장의 흐름은 한국 소재 산업의 생존 전략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OLED 발광재료 시장은 전방 세트업계의 원가와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고, 제품 라인업 구성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대로 비철금속 산업은 스크랩 재자원화와 공정 데이터 고도화 같은 내실 있는 혁신을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있다.
소재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단일 원료 확보나 범용 제품 대량 생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방 산업의 원가 변동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고부가가치 라인업 다변화와, 통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공정 최적화가 생존의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소재 산업의 기준점이 단순한 물량 확보에서, 구조와 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이번 두 사례가 함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