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접착성 필터의 구조와 먼지 포집에 따른 모세관력 기반 강력한 흡착력 메커니즘 설명(위) 및 일반필터(중간)와 초접착성 필터(아래)가 설치된 원통에 미세입자를 불어줌으로서 필터 성능을 검증한 이미지와 먼지 포집 후 전자현미경이미지(중간 및 아래 오른쪽)<자료 제공=중앙대학교 우상혁 교수>
반도체 클린룸과 대형 공장의 공조시스템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른다. 공기 중 입자를 걸러내기 위해 필터 기공을 촘촘하게 만들수록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차압(Pressure Drop)이 발생한다. 막힌 기공을 뚫고 바람을 밀어 넣기 위해 공조 설비는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며, 강한 풍속은 포집된 먼지를 다시 공기 중으로 흩뿌리는 재비산 현상을 유발한다. 여과 효율을 높이면 전력 소모가 급증하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필터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한국연구재단은 중앙대학교 우상혁(WOO SANGHYUK) 교수 연구팀과 부산대학교 김채빈(KIM CHAEBIN) 교수 연구팀이 미세먼지를 고정하고 자발적으로 흡수하는 초접착 에어필터 소재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체에서 늪으로, 입자 흡수하는 동적 결합
기존 에어필터는 30나노뉴턴(nN) 수준의 미약한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에 의존해 먼지를 표면에 붙잡아 둔다. 외부 충격이나 강한 바람이 불면 먼지가 쉽게 떨어져 나간다. 우상혁 교수와 김채빈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을 그물망처럼 가교해 고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화학 결합이 상온에서 끊어짐과 재결합을 반복하는 동적 이민 결합 접착제(DIBA·Dynamic Imine Bond Adhesive)를 설계했다.
DIBA는 물 분자를 매개로 상온에서 액체처럼 흐르는 점탄성(Viscoelasticity)을 지닌다. 미세먼지 입자가 필터에 닿는 순간, 액체 상태의 고분자가 모세관력을 발휘해 입자를 감싸 안는다. 콜로이드탐침 원자힘 현미경 분석 결과, DIBA 소재는 기존 고체 기판 대비 70배 강력한 2000nN의 접착력을 기록했다.
먼지를 붙잡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 내부로 입자를 자발적으로 흡수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포집된 먼지가 내부로 밀려 들어가며 필터 표면은 지속적으로 깨끗한 접착면을 노출한다. 먼지가 기공을 막지 않고 내부에서 조밀하게 쌓이므로 공기 흐름이 원활하게 유지된다.
산업표준 수직 상승… 공정 설계 철학의 전환
연구팀이 기존 에어필터에 DIBA를 500나노미터(nm) 두께로 코팅해 성능을 검증한 결과, 공기 투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세먼지 필터링 효율이 10~30% 상승했다. 산업표준필터등급(MERV)은 6등급에서 11등급으로 뛰어올랐다. 초당 20미터(m/s)의 강풍 속에서도 먼지를 안정적으로 억제하며, 필터 수명을 결정짓는 차압 상승 속도를 지연시켜 사용 기간을 기존 대비 2배 연장했다.
첨단 산업 현장에서 필터 교체 주기 연장과 차압 감소는 곧 막대한 전력 소비 절감을 의미한다. 대형 공조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원 공급이 어려운 야외 환경에서는 자연풍만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무전원 정화 설비로 응용할 수 있다.
우상혁 교수는 "입자를 자발적으로 흡수하는 신기술로 에어필터 시장의 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했다"며 "대규모 필터 폐기물을 줄이고 전력 소비를 낮춰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재의 화학적 안정성을 강화해 가혹한 산업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하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플랜트와 클린룸의 공기 질 관리가 단순한 '먼지 차단'에서 '에너지 효율 최적화'로 진화한다. 물리적 여과망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화학적 흡수 구조로 대체한 시도는, 소모품으로 취급받던 에어필터를 공정의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격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