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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0GW 시대, 전력망 안 바꾸면 초강대국도 없다

국회 포럼 “HVDC·요금제·DR·VPP로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같이 가야”

에너지 대전환과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 확산, 지정학적 불안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전력 문제가 더 이상 에너지 부문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반도체 10GW 시대, 전력망 안 바꾸면 초강대국도 없다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

국회미래연구원과 국회미래산업포럼은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에너지 대전환과 산업 육성정책의 조화를 위한 전략’을 주제로 제8회 국회미래산업포럼을 개최했다.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은 대회사에서 “탄소중립 시대와 AI 혁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중동 지역 불안정성의 공통점은 결국 에너지”라고 짚었다. 그는 AI 시대의 경쟁력이 단순히 인프라 투자나 인재 육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안정적이고 값싼 에너지원을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AI 시대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 경제에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방한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한국의 강점으로 우수한 인재와 높은 제조업 역량,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함께 거론한 점을 언급하며 “지난 산업화 시기 한국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을 공급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탄소중립이라는 지구적 과제에 호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은 우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제고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두 과제가 모순되지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에너지 대전환 정책 사이에 긴장과 충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새 정부의 큰 국가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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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국회부의장

남인순 국회부의장도 축사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민생과 산업이 맞닿은 의제로 규정했다. 남 부의장은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대전환 의제를 다룰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에너지 문제는 더 이상 특정 부처나 산업계만의 과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은 서민 가계와 직결되고 전력 수급은 공장 가동률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에너지는 가장 직접적인 민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식이 잘못될 경우 그 충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노동자,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먼저 닥칠 수 있다”며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남 부의장은 “에너지 전환과 산업 육성을 뒷받침하는 입법이 국회에서 멈추는 일이 없도록 신경 쓰겠다”며 이날 논의가 실제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포럼은 한국공학한림원 윤의준 회장의 기조연설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윤 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사례로 들며 2029~2030년 초기 가동기에만 약 3GW, 2040년대 본격 가동기에는 10GW 안팎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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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호남과 동해안의 발전 단지를 수도권 수요지와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 즉 HVDC 기반의 ‘전력 고속도로’ 구축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전력구매계약(PPA) 규제 완화, 전력망 투자 확대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 뒤에는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좌장을 맡아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 전병근 한화에너지 전무,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박종배 건국대 교수, 문양택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산업정책관이 패널로 참여해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산업 경쟁력,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현행 전기사업법과 전기요금 규제가 한전의 누적 적자, 전력망 투자 지연, 가격 신호 왜곡,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 부재를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전력 수요가 수도권과 첨단산업단지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송전망 확충과 요금 체계 개편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발전·송전 중심의 현행 전력시장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DR·VPP 같은 신산업도 구호에 그칠 수 있다며, 산업용·시간대별 요금제와 망 이용료를 정교하게 설계해 수요 분산과 효율 제고에 실질적인 가격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배전·판매 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고 다양한 요금제와 수요반응(DR) 시장, 가상발전소(VPP)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전력망을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반도체와 AI, 배터리, 데이터센터 산업을 떠받치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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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산업포럼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에너지 대전환과 산업 육성정책이 충돌하지 않고 상호 보완 관계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중장기 입법·정책 과제를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전기사업법 개정과 전기요금·망투자 인센티브 개편, DR·VPP 등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포함해 후속 과제를 도출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탄소중립의 길을 걷되 공장이 멈추지 않게 하는 일,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논의하되 취약계층의 부담을 방치하지 않는 일이 앞으로 국회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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