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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보급 4배 빨라져야 2030년 목표…“보조금만 늘려선 한계”

전력계통·자본조달 ‘이중 병목’ 해소해야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보급 속도를 최근 평균의 네 배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보조금만 늘려서는 목표 달성이 어렵고 전력계통과 자본조달의 구조적 병목을 함께 해소해야 보급 속도와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화 및 정책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KDI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39.1GW다. 2030년 10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기간 매 반기 평균 6.8GW 이상의 신규 설비를 보급해야 한다. 최근 5년 반 동안의 반기 평균 실적 1.7GW와 비교하면 네 배에 해당한다. 발전원별로는 태양광 보급 속도를 약 3.6배로 높여야 하며 풍력은 약 10배의 속도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보급 4배 빨라져야 2030년 목표…“보조금만 늘려선 한계”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정성훈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e-브리핑 영상캡처/ 좌측)

문제는 지금까지의 보급 실적도 상당한 보조금을 투입해 얻은 결과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지원 제도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는 2025년 한 해 4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2012년 도입 이후 누적 비용은 약 28조원에 이른다.

보조금 경제성 있지만 가격 상승하면 효율 악화
KDI가 2020년을 기준으로 공급인증서(REC) 보조금 1원당 사회적 편익을 추정한 결과 태양광은 1.33원, 육상풍력은 1.18원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비용보다 사회적 편익이 커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은 갖췄다는 평가다.

사회적 편익에는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직접적인 가치뿐 아니라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환경편익과 설비 보급 과정에서 비용이 낮아지는 학습효과가 포함됐다. 반면 추가 설비에 다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재정 부담까지 고려하면 태양광의 정부 순비용은 1.56원, 풍력은 2.02원으로 추산됐다.

미국에서 같은 방법론으로 추정한 보조금 1원당 편익은 태양광 3.50원, 풍력 5.21원이었다. 한국의 보조금 제도가 경제성은 확보했지만 비용효율성은 개선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학습효과를 제외하면 1원당 편익은 태양광 0.89원, 풍력 0.80원으로 모두 1원 아래로 떨어졌다.

정성훈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REC 가격 상승이 보조금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은 “2020년 평균 가격인 6만6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타당성이 확인됐으나 REC 가격이 10만원 선에 근접하면 1원당 편익이 1원 미만으로 하락해 경제적 명분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KDI는 사업자가 장기적인 가격 신호에 반응할 수 있도록 수익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설비 보급을 촉진해 학습효과를 키우고 설치비용을 낮추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보조금의 효율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발전설비 154% 늘 때 송전망은 26% 확충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는 전력계통과 자본조달의 구조적 미비가 꼽혔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발전설비는 154% 증가했지만 송전망은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좋은 남부와 서남해안에 설비가 집중된 반면 주요 소비지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발전지역과 소비지역의 불일치도 크다. 송전과 소비 능력을 넘어선 전력은 계통 안정을 위해 출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호남과 제주 등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에서는 계통 포화로 신규 접속이 제한됐다가 최근 일부 접속이 재개됐다. 소비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분산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 등 유연성 자원도 제 역할을 하기에는 시장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 보급 4배 빨라져야 2030년 목표…“보조금만 늘려선 한계”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임희현 KDI 연구위원(브리핑 영상 캡처)
자본조달 여건도 보급을 제약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입을 좌우하는 도매 전력시장가격(SMP)과 REC 가격의 변동성이 커 장기 수익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을 완충할 장기 고정가격 계약과 민간 전력구매계약 시장도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임희현 KDI 연구위원은 “계통 병목으로 출력 제한이 잦아지면 판매 전력량이 줄어 수익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자본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계통 문제와 금융 문제가 별개의 제약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보급을 늦춘다는 설명이다.

송전망·금융·지원제도 함께 손질해야
KDI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빠르게 늘리면서 비용효율성도 높이려면 전력계통과 자본조달 환경, 보조금 제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전망 건설 과정의 입지 선정과 주민 수용성, 인허가 문제를 개선해 물리적인 계통 수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별 가격제와 차등요금 등 지역 간 수급 상황을 반영한 가격 신호를 마련하고 ESS와 수요반응 등 유연성 자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조금 제도는 경쟁입찰을 중심으로 개편하되 다년간의 입찰 물량과 가격·평가 기준을 미리 공개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통 접속과 인허가 준비가 갖춰진 사업을 중심으로 입찰을 설계하고 기술 성숙도와 사업 여건에 따라 지원 수준과 기간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KDI는 “보급 지원 제도를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설계하고 전력계통과 자본조달의 병목을 함께 풀어야 한다”며 “세 축이 함께 진전될 때 재생에너지를 더 빠르게, 더 적은 비용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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