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용 윤활유 제조·판매사 10곳의 가격·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담합 의혹 기간은 2018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6년 9개월이며, 담합의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2조200억 원으로 산정됐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4일 윤활유 담합 사건과 관련해 심사보고서를 광우, 극동유화, 디에이치케미칼, 범우켐, 범우케미칼, 범우화인켐, 범우화학, 에스에이치엘, 한국하우톤, 한유에스케이이티에스 등 10개 사업자에게 송부하고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에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행위 사실과 위법성 판단, 조치 의견 등이 담긴다.
다만 심사보고서가 공정위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피심인들의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등 방어권 보장 절차를 거친 뒤, 위원회 심의를 통해 담합 여부와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6년 9개월간 가격·입찰 담합 의혹
심사관은 10개 사업자가 산업용 윤활유 공급가격과 입찰 과정에서 담합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적용 법 조항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 가격담합과 제8호 입찰담합이다.
심사관은 이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보고,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관련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회가 향후 심의를 거쳐 담합 행위를 인정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담합 대상으로 지목된 제품은 금속가공유와 산업용 윤활유다. 금속가공유는 금속 소재를 절삭하거나 연마할 때 마찰과 열을 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쓰인다. 절삭유, 세정유, 방청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산업용 윤활유는 굴삭기와 프레스 등 유압시스템에 쓰이는 유압작동유, 공작기계 레일의 마찰을 줄이는 습동유, 기어 마모를 줄이는 기어유 등을 포괄한다.
이들 제품은 원유를 정제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드는 기유(Base Oil)를 기본 성분으로 한다. 여기에 산화방지제, 소포제, 방청제, 마모방지제 등 첨가제가 들어간다. 기유 가격과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제조업 원가에 영향 미치는 산업재
산업용 윤활유는 일반 소비재보다 제조 현장과 더 밀접한 품목이다. 금속을 깎고 다듬는 공정, 산업 설비를 움직이는 과정, 기계와 장비를 장시간 운전하는 현장에서 꾸준히 쓰인다. 공급가격이 인위적으로 조정됐는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합이 인정될 경우 해당 제품을 쓰는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오행록 카르텔조사국장(e-브리핑영상캡처)
오행록 공정위 국장은 “산업용 윤활유는 금속가공과 설비 운전 등 제조업 현장에서 쓰이는 품목”이라며 “심사관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관련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다만 최종 판단은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피심인 의견 제출 뒤 위원회 심의
피심인들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안에 서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증거자료 열람과 복사도 신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 절차가 끝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심사보고서와 피심인 의견, 제출 자료 등을 종합해 가격담합과 입찰담합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담합 기간과 범위, 관련 매출액, 각 사업자와 임직원의 관여 정도도 함께 따진다. 이후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여부와 수준이 결정된다.
이번 사건은 아직 심의가 시작된 단계다. 심사관은 위법성이 있다고 봤지만, 공정위 위원회의 최종 결론은 남아 있다. 향후 심의 과정에서 10개 사업자의 방어권 행사와 위원회 판단을 거쳐 산업용 윤활유 시장의 담합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