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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속도로는 깔리는데, 중소기업은 차가 없다

대한상의 중기위 “인력·인프라 없이 AI 전환은 구호”… 정부 ‘AI G3’ 전략과 현장 간극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인프라·모델·인재 투자 확대를 내세운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전문인력 양성, 공공 AI 인프라 개방, 피지컬 AI 투자 지원 등 현장형 지원책 마련을 요청했다. AI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인력과 자금, 정보 부족이 동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AI 고속도로는 깔리는데, 중소기업은 차가 없다 - 산업종합저널 FA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상의회관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을 초청해 ‘대한상의 중소기업위원회 제100차 회의’를 열었다. 2002년 4월 발족한 중소기업위원회는 금융·조세·인력·기술개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건의를 이어오며 100번째 회의를 맞았다.

윤석근 대한상의 중소기업위원장을 비롯해 나장훈 필즈엔지니어링㈜ 대표, 이중호 ㈜세신정밀 대표, 장낙전 드림디포문구유통㈜ 대표, 최석우 경남스틸㈜ 대표 등 중소기업 CEO 30여 명이 참석했다. 테이블에 오른 핵심 의제는 AI 활용 확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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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근 대한상의 중소기업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석근 위원장 겸 일성아이에스 회장은 인사말에서 “AI를 통한 산업 대전환 시기에 AI를 도입하고 싶어도 중소기업 현장에는 이를 실행할 전문 인력과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고 유능한 인재 유입과 기존 직원 재교육을 위한 AI 인재 사다리, 비용 부담이 큰 기술 개발을 돕는 마중물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든든하게 깔아주는 AI 고속도로 위에서 중소기업들이 지치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조업계의 애로는 기업별 발언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안성에서 첨단특수 금형을 제조하는 ㈜몰텍스의 성기문 대표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생산 과정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이용해 AI 전자동 제조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반 산업의 토대가 충분치 않고 전문인력 부족으로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중소기업을 위한 산업별 응용 가능한 AI 기반 마련과 AI 활용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승헌 은성프린터스㈜ 대표는 피지컬 AI 도입 부담을 짚었다. 차 대표는 “제조업 현장에 피지컬 AI, 즉 제조·로봇 융합 AI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자체 투자 여력이 부족해 신속한 추진이 어렵다”며 “개별 산업별 피지컬 AI 컨설팅 지원이나 실제 투자를 진행할 때 부담을 줄여줄 금융·세제 지원 정책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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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근 대한상의 중소기업위원장(일성아이에스 회장/오른쪽 세번째)과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오른쪽 네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주 소재 동일유리㈜의 김정환 대표는 정보 접근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어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AI G3 전략이 실현되려면 AI 지원 통합 창구 운영이나 공공 AI 인프라 개방처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위원회 위원들은 중소기업형 AI 활용 전문인력 양성 및 인프라 구축, AI 지원 통합 창구 운영, 공공 AI 인프라 개방, 맞춤형 피지컬 AI 컨설팅 및 투자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공공기관·금융기관 간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 4대 보험 통합 처리를 위한 원스톱 포털 도입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정부는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보고 전방위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류제명 제2차관은 ‘AI G3를 위한 K-AI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며 “AI는 우리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엔진이자 전략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범부처 역량을 결집하고 국민과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AI 육성 정책을 전폭 지원해 미국·중국 G2에 버금가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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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AI G3를 위한 K-AI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류 차관이 제시한 K-AI 정책 방향은 인프라, 모델, 산업 적용, 기술 경쟁력, 인재 양성, 글로벌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주요 추진 전략에는 GPU 등 AI 인프라 확보를 통한 고속도로 구축, 독자적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 강화, 산업·공공·지역·과학 분야 AX 프로젝트 추진, 피지컬 AI·AI반도체·원천기술 확보, 일반 국민과 기업인부터 최고급 전문가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핵심인재 양성 등이 포함됐다.

기업들의 요구는 정부 전략의 방향성보다 실행 방식에 맞춰져 있다. AI 인프라와 파운데이션 모델이 확충되더라도 이를 실제 공정과 경영에 적용하려면 별도의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공정에 기술을 적용할지, 어떤 모델과 플랫폼을 선택할지, 초기 투자 비용과 실패 위험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해답 없이는 산업 대전환이 일부 대기업과 ICT 기업 중심으로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이날 자리는 정부의 AI G3 전략과 기업 현장의 시각 차를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가 고속도로 구축을 앞세운다면, 중소기업계는 그 위를 달릴 전문인력과 투자 여력, 활용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바로 쓸 수 있는 컨설팅, 교육, 금융·세제 지원, 공공 인프라 접근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강명수 대한상의 상무는 “오늘을 계기로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가로막는 현장 애로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며 “대한상의는 앞으로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데이터센터와 모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 산업단지와 제조 현장, 중소기업 사무실에서 AI가 불량률을 낮추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반복 업무를 덜어낼 때 산업 전환은 체감된다. 중소기업계가 요구한 ‘AI 기술 마중물’은 거창한 구호보다 먼저 현장에 닿는 지원책이어야 한다.
허은철 기자 기자 프로필
허은철 기자
echheo@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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