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법령과 판례를 인공지능으로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정부는 법령 검토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행정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상훈 법제처 법제정보지원국장은 13일 e브리핑에서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법령 비서’를 공동 개발해 14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법령 검토 지원 서비스를 신속히 구축하라는 대통령 지시 이후 세 부처가 협업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온 결과다.

송상훈 법제처 법제정보지원국장(브리핑 영상 캡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범정부 행정 내부망 AI 대화 서비스인 ‘온 AI 실험실’을 통해 AI 법령 비서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정책 기획·입안·집행 과정에서 법적 근거나 관련 판례를 질문하면, 시스템이 축적된 법령·규칙·판례 정보를 바탕으로 응답을 제공하는 구조다.
서비스에는 대법원 판례 6만 건과 법령·행정규칙 24만 건이 탑재됐다. 서울·인천·대전·세종·경기 등 5개 시도의 자치법규 5만여 건도 검색 체계에 우선 반영됐다. 인공지능은 이 자료를 기반으로 공무원의 질문에 답변을 생성하며, 법령정보 검색 기능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법령정보 검색을 선행한 뒤 관련 내용을 토대로 답을 구성하는 검색 증강 생성 체계를 적용해, 일반적인 생성형 AI가 보이는 환각 가능성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단순 상식이나 추론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존재하는 법령·규칙·판례를 먼저 찾아 참고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변은 최종 법적 판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법 해석과 집행은 사실관계와 적용 시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담당 공무원이 관련 법령과 판례를 다시 확인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법령 비서는 법적 결론을 대신하는 도구라기보다 검토 범위를 좁히고 참고 자료를 제시하는 역할에 가깝다.
이번 서비스는 범정부 AI 공통기반과 법제처의 법령 입안·해석 업무체계를 결합해 구축됐다. 송 국장은 관계 공무원이 직접 서비스 설계와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행정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가 필요한 기능을 정리해 업무 도구로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송 국장은 AI 법령 비서가 공무원의 법령 검토 부담을 줄이고 행정서비스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령 검색과 쟁점 정리에 드는 시간을 줄여, 그만큼 국민을 위한 민원·정책 서비스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밝혔다. 정부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행정 업무에 필요한 AI 지식데이터를 확대하고 이용 지원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확성과 신뢰도는 서비스 안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검색 증강 생성 체계를 적용했더라도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제시하거나 법령 적용 맥락을 잘못 짚는 사례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전국 자치법규 전체가 아니라 5개 시도 자료만 우선 반영된 점도 현재 서비스 범위의 한계로 남는다.
AI 법령 비서의 성패는 답변 속도보다 신뢰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이 인공지능의 답변을 참고자료로 활용하되, 최종 법적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점이 분명히 인식돼야 한다. 정부가 도입한 법령 비서는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기보다는,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보조자에 가까운 도구라는 점이 제도 운용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