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중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M.AX)을 본격화한다. 20일 경기 시흥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반월시화 소재부품 MINI 얼라이언스 간담회’에서 산업부는 반월·시화를 AI 소부장 공급망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 집단’이 함께 데이터를 만들고 AI 모델을 공유하는 수평적 확산 모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최대 소부장 산단, 왜 반월·시화인가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는 기계, 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 약 2만2천여 곳이 입주한 수도권 최대 산업단지이자, 대표적인 소부장 집적지다. 입주 기업의 96.8%가 5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소량다품종과 복잡한 공정 구조가 특징이다. 산업부는 “2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과 수많은 숙련 작업자의 경험이 축적된 대한민국 제조업의 축소판”이라는 점을 들어, 반월·시화를 중소기업 중심 M.AX 실증과 확산의 최적지로 지목했다.
반월·시화는 이미 정부가 지정한 AX(인공지능 전환) 실증산단 가운데 하나로,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지자체가 AX 인프라 구축, 기업 맞춤형 AI 모델 개발 등을 포함한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다. MINI 얼라이언스 간담회는 이러한 기반 위에서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한 ‘M.AX 클러스터’ 조성을 본격 논의하는 자리였다.
“앵커 대기업 모델 대신, 중소기업이 함께 데이터 모은다”
반월시화 소재부품 MINI 얼라이언스는 산업단지 내 기업, 산·학·연,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산업부는 전국 10개 AX 실증산단마다 이 같은 MINI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지역 주도형 AI 전환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소수의 앵커 대기업이 선도모델을 만들고 협력사에 확산하는 기존 방식 대신, 설비·공정·작업 데이터를 함께 축적하고 공동의 AI 모델을 만들어 활용하는 수평적 M.AX 확산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와 산업단지공단은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AI 투자비, 전문인력, 데이터 부족 문제를 공동 플랫폼 방식으로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MINI 얼라이언스는 올해 하반기까지 산단 내 중소기업 수요를 반영한 AI 공동모델을 개발하고, 입주기업의 AI 내재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숙련공의 노하우, ‘암묵지’에서 AI 학습 데이터로
눈에 띄는 대목은 ‘암묵지 기반 M.AX’라는 표현이다. 반월·시화 소부장 기업은 다품종·다공정 특성상 규격화된 매뉴얼보다 숙련 작업자의 감각과 노하우, 예외처리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부는 이런 암묵지를 현장 데이터로 전환해 AI가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을 반월·시화형 M.AX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우선 적용 분야는 품질관리, 공정 최적화, 설비관리 세 영역이다. 예를 들어 불량 품목·시간대·공정 조건을 묶어 불량 패턴을 찾거나, 숙련공이 경험적으로 조정하던 설비 운전 조건과 유지보수 타이밍을 데이터로 기록해 AI가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도록 하는 식이다. 산업부는 “중소기업의 실제 수요에 맞는 품질·공정·설비 관리용 AI 모델을 개발해 현장 적용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무인공장 대신 ‘Micro AX Factory’…280억 들여 허브 구축
정부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완전자동화 무인공장 대신, 중소기업 개별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반월시화형 AI공장(Micro AX Factory)’ 개념을 내세웠다. 이는 작지만 한 공정 내에서 데이터 수집·분석·제어가 일체화된 AI 성공모델을 만들고, 검증된 모델을 유사 공정·업종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반월시화형 AI 제조혁신 실증을 위한 AX 허브 구축사업’을 통해 이 구상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총 280.5억 원(국비 140억 원)을 투입해 자동차부품과 인쇄회로기판(PCB) 분야 AX 대표 선도공장을 구축하고, 제조 AI 오픈랩과 AX 종합지원센터를 조성해 AI 모델 개발·실증과 입주기업 확산을 지원한다는 것이 산업부 설명이다.
M.AX 카라반·우수사례로 공급·수요기업 100여곳 연결
간담회와 함께 열린 ‘M.AX 카라반’도 중소기업에게는 중요한 접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M.AX 카라반은 AI 도입을 희망하는 제조기업과 솔루션을 보유한 공급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날 행사에는 공급·수요기업 약 100개사가 참여해 기술 세미나, 솔루션 전시, 기업별 맞춤형 상담을 진행했다.
현장에 참석한 제조기업들은 AI 공급기업의 설명회와 우수사례 전시를 통해 자사 공정에 적용 가능한 기술·모델을 확인하고, 초기 도입 방향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M.AX 카라반을 다른 AX 실증산단으로 확대해, 지역별로 제조기업과 AI 기업이 만나는 정례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반월·시화에서 ‘중소의 기적’…전국 산단으로 확산”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반월시화 산업단지는 2만개가 넘는 중소기업과 수많은 숙련 작업자의 경험이 축적된 대한민국 제조업의 축소판”이라며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확산을 넘어, 수많은 중소기업이 함께 데이터를 만들고 AI 모델을 활용하는 ‘중소의 기적’을 반월시화에서 구현하고, 전국 산업단지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월·시화에서 Micro AX Factory와 암묵지 기반 AI 모델이 실제 성과를 낼 경우, 다른 AX 실증산단과 국가산단으로 확산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투자 여력과 데이터 품질,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제약을 MINI 얼라이언스와 AX 허브가 얼마나 조율해 나갈 수 있을지가 ‘중소의 기적’이 구호에 그칠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