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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력법, 거래 관행을 바꿀 수 있을까

중기부 실태조사서 위반 의심 508개사 확인…92억 원 자진 시정, 공정 거래 문화 정착 시험대

중소벤처기업부의 수탁·위탁거래 정기 실태조사는 상생협력법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납품대금 지연과 서면 미발급 같은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자진 시정과 행정조치를 통해 일부는 실제 개선으로 이어졌다.
상생협력법, 거래 관행을 바꿀 수 있을까 - 산업종합저널 FA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AI 생성)

법이 만들어진 배경과 취지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는 협상력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수탁기업이 납품을 해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상생협력법은 이런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납품대금 지급, 서면 약정, 부당 감액 금지 같은 기본 원칙을 법으로 정한 제도다.

물품을 받은 뒤 60일이 지나도록 대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지연이자를 부과하도록 한 규정도 같은 맥락이다. 중소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거래 질서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취지다. 결국 이 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거래의 출발선 자체를 맞추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정기조사와 현장 개선의 구조
조사에서는 위탁기업 3,000개사와 수탁기업 1만2,000개사를 대상으로 점검이 이뤄졌고, 상생협력법 위반이 의심되는 기업 508개사가 확인됐다. 이 중 479개사는 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자진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미지급 납품대금 등 총 92억 원을 지급했다. 위반 의심 사례가 실제 지급으로 이어진 만큼, 정기 실태조사가 피해 회복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반면 끝내 시정하지 않은 기업도 있었다. 납품대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17개사에는 개선요구 등 행정조치가 내려졌고, 약정서나 물품수령증 등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12개사에도 개선 요구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약정서를 적기에 발급하지 않은 11개사에는 과태료가 부과됐다. 기본적인 서면 절차를 지키지 않은 행위까지 별도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거래 질서를 바꾸는 정책의 방식
정부는 상생협력법을 단순한 제재 장치가 아니라 거래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운영해 왔다. 매년 정기 실태조사를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초기에는 자진 시정을 유도한 뒤, 반복 위반이나 불응 사례에는 개선요구, 공표, 관계기관 조치로 이어지는 단계적 방식을 적용한다. 벌점과 교육명령 제도도 같은 틀 안에 있다.

이 방식은 신고를 꺼리는 수탁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거래 단절 우려 때문에 문제 제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조사와 행정지도를 병행해 현장 개선을 끌어내고 있다. 제도의 핵심은 처벌 그 자체보다, 위반이 반복되지 않도록 거래 문화를 바꾸는 데 있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변화의 방향
산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불공정 거래의 잔존 문제를 다시 드러낸 동시에, 제도적 개입이 실제 지급과 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본다. 앞으로는 납품대금 지급과 서면 발급 같은 기본 의무가 더 엄격하게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규제 강화가 곧바로 거래 문화의 변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 위반을 줄이고 자진 시정을 일상화하려면, 단속과 함께 기업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상생협력법의 성과는 적발 건수보다 거래 관행의 변화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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