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수출을 이끄는 가운데서도 제조업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7월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8천명 늘었지만 증가분은 보건·사회복지와 예술·스포츠, 공공행정 등에 집중됐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는 취업자가 감소했다. 수출 실적과 고용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산업 구조가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빈현중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e브리핑 영상 캡처)
국가데이터처가 12일 발표한 ‘2026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3만6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0만8천명 증가했다. 15~64세 고용률은 70.3%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취업자는 두 달 연속 증가했지만 산업과 연령별로는 온도 차가 컸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17만3천명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4만8천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4만6천명 증가했다. 반면 농림어업은 8만명, 제조업은 6만8천명, 건설업은 5만7천명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제조업 고용 확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산업은 사람이 많이 필요한 업종이라기보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라며 “산업 생산이나 실적이 좋더라도 그에 비해 채용되는 인력 규모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처럼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부품과 유통, 판매 등 연관 산업에서 폭넓게 고용을 만들어내는 업종과 달리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 비중이 높아 생산 증가가 같은 폭의 채용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직업별 지표에서도 생산현장의 감소가 나타났다.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는 14만3천명 줄었다.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도 7만1천명 감소했다. 반면 사무 종사자는 27만명 늘었고 서비스 종사자는 10만1천명,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7만1천명 증가했다.
고용시장 안에서도 세대별 표정은 엇갈렸다. 15~64세 전체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44.2%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20대 취업자는 20만4천명 감소했다. 40대도 3만1천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23만1천명 늘었고 30대는 6만5천명, 50대는 3만3천명 증가했다.
청년층의 실업 지표도 나빠졌다. 청년층 실업률은 6.8%로 전년 동월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도 16.6%로 0.5%포인트 올랐다. 전체 실업자는 77만6천명으로 5만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2.6%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실업자가 4만2천명, 20대 실업자가 3만7천명 늘었다.
빈 국장은 청년 고용 부진의 배경으로 채용 방식의 변화도 짚었다. 그는 “과거 공채 중심에서 수시채용이나 경력직 채용 중심으로 고용 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과거에 비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7월 실업률 상승에는 조사 기간의 특수성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조사 대상 주간에 군무원과 국가직 7급, 경찰직 시험이 진행됐다. 공공부문의 체납관리단과 농지조사원, 공공인턴 등의 원서 접수도 겹쳤다.
빈 국장은 “시험을 직접 보는 시기에도 실업자로 포착된다”며 “시험에 응시했던 청년층 일부가 실업자로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밖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노동시장 안으로 조금씩 편입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 증가를 주도한 보건·사회복지 분야는 고령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빈 국장은 “돌봄서비스와 의료서비스 대상 인구가 늘면서 관련 산업의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9개월 연속 증가했다.
다만 이를 모두 재정 일자리 증가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빈 국장은 보건·복지 분야에는 노인일자리처럼 예산이 투입되는 영역과 민간 요양·치료·재가보호 서비스가 함께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행정 역시 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 채용 등이 포함돼 있어 전부를 재정 일자리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7월 고용지표는 전체 취업자가 늘어난 가운데에서도 산업과 세대별 흐름이 크게 엇갈렸음을 보여준다. 보건·복지와 서비스 분야는 고용 증가를 이끌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는 취업자가 감소했다. 반도체가 수출을 주도해도 그 온기가 생산현장의 일자리로 곧바로 번지지는 않았다. 청년층에서는 고용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숫자만 보면 취업자는 늘었다. 그러나 어느 산업에서 늘었고 어느 세대가 빠졌는지를 들여다보면 고용시장의 결은 한층 복잡하다. 수출과 생산의 회복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얼마나 넓은지, 청년이 노동시장에 처음 발을 들일 문턱은 얼마나 높아졌는지가 앞으로의 고용 흐름을 가를 변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