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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팀, ‘분자 스위치’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와 새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를 동시에 조절하는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 골다공증에서 증가하는 단백질 변형 과정인 ‘네딜화(Neddylation)’를 억제했더니 골흡수는 줄고 골형성은 늘어나는 효과가 동물모델에서 확인됐다. 하나의 표적을 통해 무너진 골 재형성 균형을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전양숙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정형외과 김홍석 교수 공동연구팀이 네딜화가 골 항상성을 조절하는 핵심 기전임을 밝혀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지난 3일 온라인 게재됐다.

서울대 연구팀, ‘분자 스위치’ 찾았다 - 산업종합저널 기타
네딜화에 의한 골 재형성 불균형과 네딜화 억제를 통한 골 항상성 회복(우측)

골다공증은 뼈를 분해·흡수하는 파골세포의 활동이 과도해지는 반면, 뼈를 생성하는 조골세포의 기능은 떨어지면서 골량과 골밀도가 감소하는 질환이다. 특히 폐경 후 골다공증은 여성호르몬 변화에 따라 이 같은 불균형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치료제는 크게 골흡수를 억제하거나 골형성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하지만 두 과정을 하나의 기전으로 함께 조절해 골 재형성의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 전략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 지점에서 단백질 번역 후 변형인 네딜화에 주목했다.

네딜화는 단백질에 ‘NEDD8’이라는 작은 단백질이 결합해 대상 단백질의 기능과 안정성을 바꾸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골다공증 환자의 대퇴골두 조직과 난소절제 마우스 모델을 분석해 네딜화 관련 인자인 NAE1과 NEDD8의 발현이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환자 조직에서는 네딜화 관련 단백질 발현이 골밀도 지표인 T-score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네딜화가 두 골세포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골세포에서는 네딜화가 핵심 전사인자인 NFATc1을 안정화해 단백질 분해를 막고, 결과적으로 파골세포 분화와 골흡수를 촉진했다.

구체적으로는 E3 리가아제인 c-Cbl이 NFATc1의 네딜화를 매개했다. 네딜화된 NFATc1은 유비퀴틴화와 단백질 분해가 억제돼 세포 내 안정성이 높아졌고, 이는 골흡수를 촉진하는 유전자 발현 증가로 이어졌다.

반대로 조골세포에서는 네딜화가 골형성 핵심 전사인자인 Runx2의 분해를 촉진했다. 연구팀은 Rbx1이 Runx2의 네딜화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Rbx1을 억제하면 Runx2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조골세포 분화와 골형성이 촉진되는 것을 관찰했다.

즉 네딜화가 증가하면 파골세포에서는 NFATc1을 통해 뼈의 흡수를 늘리고, 조골세포에서는 Runx2 분해를 통해 새 뼈 형성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골다공증에서 골흡수 증가와 골형성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분자적 연결고리를 제시한 셈이다.

연구팀은 난소절제 방식으로 폐경 후 골다공증을 유도한 마우스에 네딜화 억제제 MLN4924를 투여해 치료 가능성도 검증했다. MLN4924는 페보네디스타트로도 불리는 네딜화 억제 물질이다.

그 결과 골밀도와 골량이 증가했고, 손상됐던 골 미세구조도 개선됐다. 골흡수 지표인 CTX-1은 감소한 반면 골형성 지표인 P1NP는 증가했다. 네딜화 억제가 파골세포의 과도한 골흡수를 낮추면서도 조골세포의 골형성 기능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음을 동물모델에서 확인한 것이다.

연구는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가 지닌 단일 작용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골흡수만 강하게 억제할 경우 장기 투여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제기될 수 있고, 골형성 촉진 치료는 적용 기간과 대상 환자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네딜화 조절은 두 과정을 함께 겨냥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이중작용 치료 전략으로 검토될 수 있다.

다만 환자 조직 분석과 동물모델 연구를 기반으로 한 전임상 단계다. MLN4924를 골다공증 치료제로 적용하려면 장기 안전성, 적정 투여량, 골조직 선택성, 다른 장기와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네딜화는 여러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과정인 만큼, 전신 억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전달 기술과 표적화 전략도 과제로 남는다.

전양숙 서울대 교수는 “네딜화 하나를 조절했을 때 골흡수와 골형성이 함께 변화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골흡수는 억제하면서 골형성은 보존하거나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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